2026년 07월 15일 (수)

부산대병원 위상·고신대 방어전…부울경 '상종' 심사, 진짜 승부처는?

해운대백병원 진입 땐 경남동부권 제로섬 경쟁 불가피…권역응급·외상·공공의료 실적 '당락' 변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제6기 상급종합병원('상종') 지정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적용될 병원들이 오는 7월 신청, 8~11월 심사를 거쳐 12월에 확정 발표된다.

부산·울산·경남 의료계의 관심은 두 갈래다. 하나는 현재의 상종 8곳이 모두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다. 다른 하나는 제5기에서 고배를 마셨던 해운대백병원이 이번에는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다. 해운대백병원이 재도전할 경우, 부울경 판도는 단순한 재지정 심사를 넘어 '9번째 의자'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

현재 부울경 상종은 8곳이다. 전국 11개로 나눠진 진료권 중 ‘경남동부권’에는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6곳이 있다. ‘경남서부권’에는 경상국립대병원과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등 2곳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부산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사진=코메디닷컴 자료사진

중증 비율은 '통과선'…승부는 그다음에 난다

제6기 상종 심사의 큰 방향은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종은 경증 외래환자를 줄이고, 중증·응급·희귀·난치 환자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바꿔야 한다.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율은 더 높이고, 동네 병원이나 의원급에서도 볼 수 있는 외래 경증질환 비중은 확 낮춰야 한다.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 요구해온 병상 감축, 중증 중심 전환, 환자 회송체계 강화도 지정 심사와 맞물린다. 이런 분야 실적들이 심사 점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부울경의 기존 상종급 병원들 사이에서 이런 지표만으로 승부가 갈린다고 보긴 어렵다. 이미 상종으로 지정돼 있거나 상종급 진료 역량을 갖춘 병원들은 평가기간 동안 환자 구성과 진료 흐름을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 경증 외래를 줄이고, 중증 입원환자를 늘리며, 단순질환을 1차·2차 병원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결국 중증환자 비율은 '기본 통과선'에 가깝다. 웬만하면 다들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실제 지정과 탈락은 그다음, 소수점 이하 경쟁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는 것이 바로 권역 책임형 센터 지정 여부와 그 실적이다.

권역센터 가점, 0.1점 싸움의 결정타

그래서 이번 제6기 심사에서도 병원들이 진짜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가산점 항목들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권역책임의료기관부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중증모자의료센터나 권역모자의료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면 각각 0.25점의 가산점을 받는다.

여기에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외상센터는 중요도가 더 높다 해당 병원이 권역 안에서 어떤 중증·응급·공공의료 책임을 실제로 맡고 있느냐의 의미이기 때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 분담률, 중증상병 환자 구성, 최종치료 제공률 등이 핵심 요소이고,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 최종치료 체계의 상징이다. 가산점도 2배인 0.5점씩 주어진다.

부울경 상급종합병원 지정 대상 병원별 권역센터 현황. 그리고 예상 가산점. 표=코메디닷컴

하지만 병원으로선 딜레마다. 예를 들어 24시간 중증 응급환자를 전담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시설부터 장비, 인력 등 법정 기준이 까다롭다. 그러나 수익성은 낮아 매년 적자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환자들이 몰리는 대학병원들이 신청을 주저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역의료 완결성을 책임져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선 그래도 감수하고 가야 할 핵심 요소. 그런 점에서 울산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은 현재 권역응급, 권역외상, 권역심뇌혈관, 권역책임의료기관을 두루 갖췄다. 권역 중증응급 최종책임 병원이라는 명분이 강하다.

양산부산대병원은 권역응급, 소아전문응급, 권역모자의료, 희귀질환 진료 축에서 강점을 갖는다. 부울경에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까지 갖춘 병원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동아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갖고 있다. 부산권 심뇌혈관 및 중증응급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해운대백병원은 아직 상종 병원이 아니지만 2024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았고, 권역모자의료센터까지 운영한다. 가산점만 0.75점을 받을 수 있다.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과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중증환자 비율과 확충 계획까지 더한다면 제5기 때와는 다른 판을 만들 수 있다.

반면, 권역센터 가점 카드가 약한 병원들은 부담이 커진다. 부산백병원은 현재 권역모자의료센터, 하나 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신청해 심사까지 마쳤다. 만일 신규 지정이 된다면 가산점이 현재의 0.25점에서 0.75점으로 올라간다

그에 비해 고신대복음병원은 현재 이런 권역센터를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 상종 심사에서 암, 이식, 교육수련, 지역 협력 진료 등 다른 강점을 얼마나 수치로 입증하느냐가 무척 중요해졌다.

눈을 돌려 경남서부권으로 넘어가면 삼성창원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갖고 있다. 다만 경남서부권에서 경상국립대병원이 권역응급, 권역외상, 권역심뇌혈관, 권역책임의료기관을 모두 보유한 만큼 권역센터 가점 측면에선 불리하다. 창원권 산업도시 수요, 심장·응급 진료 실적, 실제 중증환자 진료량 등 핵심역량으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경남서부권엔 상종이 2곳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은 편이다. 다만, 제6기에서 전국 진료권이 11개에서 14개로 3개(충남권역을 동부와 서부로 분리, 인천권역과 제주권역 신설) 늘어나면서 이것이 경남동부권 소요병상수 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부산대병원, ‘국립대병원’이란 간판만으로 충분한가?

이번 심사는 부산대병원의 권역 리더십도 다시 묻게 한다. 부산대병원은 부산 권역책임의료기관이자 권역외상센터를 맡고 있다. 공공성과 중증외상 진료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특히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 안에서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중증·응급 환자의 흐름을 조정하며, 상급종합병원과 포괄2차종합병원, 동네 병·의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추 역할이다. 그 구조 속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현장 밀착형 기능을 맡아야 한다. 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응급수술 환자가 실제로 어디로 가고, 어디서 최종치료를 받는지가 지역 의료체계의 신뢰를 결정한다.

하지만 부산대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된 응급실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2019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자격을 잃었다. 이후 재지정 신청에 나서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큰 책임을 방기해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전국 국립대병원들을 서울 빅5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수도권 쏠림을 줄이고 지역에서 중증진료를 완결하려면 진료권역 허브(hub)병원의 역량 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대병원’라는 지위가 곧바로 권역 리더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권역 내 진료역량을 키우고, 민간 상종·2차 병원과 협력하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만드는 총대를 누가 메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만일 ‘국립대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이를 지역의료 중심부에 놓겠다면 진료권 내 생산적 경쟁 구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른 병원이 그런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진료 역량 발전 속도가 빠르고 권역 리더십을 실제로 입증하는 병원에 허브 위상을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 구도'에도 맞다.

현재와 같은 국립대병원 우선 구도는 행정 편의주의에 가깝다. 진료 역량과 권역 내 리더십을 제대로 입증한 토대 위에서 권역 허브병원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게 순서다. 이번 상종 심사 결과를 통해 부산대병원의 실제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해운대백병원 진입 땐 누가 흔들리나?

한편, 이번 제6기 상종 심사와 관련해 해운대백병원이 가장 강력한 신규 후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병상 규모, 중증환자 비율,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권역모자의료센터 운영, 대형 중증전문센터 건립 계획까지 갖췄다. 제5기 때와 비교하면 명분과 카드가 늘었다.

사진=해운대백병원

문제는 경남동부권의 과밀 구조다. 부산·울산·양산을 포함하는 경남동부권에는 이미 6개 상종이 있다. 여기에 해운대백병원이 추가되면 같은 진료권역 안에서 상종이 7곳으로 늘어난다. 특히 인제대 계열 병원이 동일 진료권역 안에서 두 곳의 상종을 보유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경남동부권 소요병상 수를 충분히 늘리지 않는다면, 해운대백병원의 진입은 기존 상종 한두 곳의 탈락을 전제로 하는 경쟁이 될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가 흔들릴까? 단순히 현재 순위나 병원 규모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오히려 권역센터 가점, 중증응급 실적, 희귀질환 진료 비율, 환자 회송체계, 교육수련, 환자경험, 연구역량을 합산해 봐야 한다. 상종 구조전환, 포괄2차종합병원 육성책 등 앞으로 한국 의료체계를 다시 제자리로 복원시킬 청사진과도 직결된다.

제6기 상종 심사는 결국 다음 질문들로 좁혀진다. 누가 지역에서 마지막 보루 역할을 실제로 하고 있는가. 누가 경증환자를 줄이고 중증·응급·희귀질환을 책임지고 있는가. 누가 동네 병·의원~포괄2차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사이의 환자 흐름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가.

해운대백병원의 재도전은 이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 상종 심사는 지역의료 권력 지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댓글 2
댓글 쓰기
  • hsh*** 2026-07-15 20:39:15

    기사 퀄리티가 정말 좋습니다. 전달력도 뛰어나고 읽는 내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 hsh*** 2026-07-15 20:37:14

    작성자가 삭제한 글입니다.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