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정신적으로 누가 더 힘들까 … 소아과 의사 vs 초등학교 교사

[김용의 헬스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소아과 의사는 부모 응대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초등학교 교사는 정신적으로 참 힘든 직업입니다. 제 아내도 조기 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아내를 볼 때마다 너무 안쓰럽다. 아내는 퇴근 후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무력감은 '스스로 힘이 없음을 알았을 때 드는 허탈하고 맥 빠진 듯한 느낌'을 말한다. 선생님의 권위는커녕 학부모의 각종 민원에 시달려 퇴근하면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다.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교사 업무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서 교직을 선택했던 젊은 교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공부 잘 하는 고등학생들이 몰리던 교대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초등교사 70% "학부모의 민원이나 신고에 두려움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2명 중 1명 꼴로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발간된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교사 10명 중 7명은 학부모의 민원이나 신고에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 297개 초등학교의 교사 5578명이 참여한 실태 조사(2023년) 결과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민원 또는 신고 등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40.7%, '그렇다' 28.2% 등 긍정 응답이 68.9%였다.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교사 업무에 나쁜 영향"

위의 조사에서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28.3%, '그렇다' 21.1% 등 긍정 응답이 49.4%였다. 초등교사의 절반이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서적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은 53.4%,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는 응답이 51.6%로 각각 나타났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경력이 쌓여도 학부모 응대의 어려움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학부모의 민원 또는 신고 등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경력 5년 이하' 78.0%, '경력 6∼10년' 77.3%, '경력 11∼15년' 72.6% 등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무력감을 느낀다는 응답의 경우 '경력 5년 이하'(51.7%)보다 '경력 6∼10년'(58.1%)이나 '경력 11∼15년'(56.0%)이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과 병원-의원, 간호사 구인 힘든 이유..."소아과 너무 힘들어"

의사 중에도 부모 응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소아과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소아과 병원-의원은 다른 과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힘들다. 우는 아이를 달래서 힘들게 진료 보게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부모의 핀잔이나 항의이다. 물론 일부 부모가 이런 행동을 하지만 소아과 의사, 간호사에겐 일상이다. 아이는 성인과 달리 고혈압 등 기저 질환 없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 이를 모르는 부모들이 민원, 신고, 법적 조치까지 치닫는 경우가 있다. 소아과 의사가 다른 과보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으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크게 줄고 있다. 저출산, 저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 영향도 있지만 아이, 부모 응대가 다른 과보다 힘든 영향도 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 소아과 의사가 됐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곧 절감한다. 동네 소아과의원의 경우 경영난 끝에 폐업하고 요양병원 의사로 재취업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아이를 돌보던 의사가 80대 노인들을 케어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 아이 심장 수술해야 하는데... 소아과 세부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아이들의 큰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과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는 동네병원만 떠올리면 안 된다. 아이의 심장, 혈관, 신경, 감염, 신생아 등 각 세부 분과 전문의가 중요하다. 아이의 혈관에 문제가 생겨 '응급실 뺑뺑이' 끝에 응급의학 의사의 응급조치를 받아도 소아과 세부 전문의가 없으면 큰 일이다. 아이의 미세한 혈관을 수술할 소아과 의사가 없는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몸과 아이의 몸은 다르다.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가 봐야 한다. 어린이의 신경 등을 함부로 건드렸다가 의료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의사에 비해 일은 더 힘들고 돈도 적게 버니 소아과 지망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저출산 현상이 나아지면 상황이 심각해 질 수 있다. 우리 아이의 심장, 혈관, 신경 등을 돌볼 소아과 의사가 없으니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우리 아들-딸, 손주들이 큰 병 없이 자라는 것을 기대하지만 아이들의 몸은 알 수 없다. 과거 소아과는 우수한 의대 졸업생들이 지망하던 인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공의 모집 때마다 미달이 속출한다. 직업 선택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아과 의사와 초등학교 교사가 내 가족이라면?

스트레스 없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건강을 책임지는 초등학교 교사와 소아와 의사들은 또 다른 고충이 있다. 바로 부모 응대이다. 본업인 가르치는 일, 아이의 건강을 살피는 것보다 부모를 상대하는 일에 더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결국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교사와 의사가 내 가족이라면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 아이가 너무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도 많다. 이들이 부모의 성화 때문에 좌절을 느낀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아과 의사와 초등학교 교사를 가족처럼 대하라는 말은 허황된 얘기일까?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