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 환자에게는 흔히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합병증이 일어난다. 이를 비후성 흉터라고 한다. 피부가 정상적인 상태보다 두꺼워지고, 붉은 새살의 표면이 볼록하게 올라오는 현상이다. 피부에 난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콜라겐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생긴다.
비후성 흉터가 나타나면 아픔이나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관절 등 접히는 부위에 발생하면 피부가 오그라들면서 관절이 굳어 잘 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얼굴처럼 드러나는 부위에 비후성 흉터가 있는 환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현재는 수술이나 압박요법,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이를 치료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예방책이나 치료 약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당뇨 치료제가 흉터를 막는다?
최근 을지대 의대·차의과학대·한림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 에보글립틴을 활용하면 비후성 흉터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에보글립틴은 췌장의 호르몬 조절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슐린)의 분비는 돕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글루카곤)의 분비는 막는 원리다.
연구팀은 화상 환자의 비후성 흉터 조직과 정상 피부 조직에서 각각 세포를 추출했다. 이후 에보글립틴을 결합시켜 분자생물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에보글립틴은 흉터를 만드는 핵심 물질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막았다. 특히 과도하게 새살이 돋아나도록 만드는 콜라겐(1형, 3형)과 새로운 조직이 자라나도록 세포를 끌어모으는 피브로넥틴 생성을 억제했다.
피부가 딱딱해지는 현상 역시 에보글립틴을 활용하면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부가 딱딱하게 굳는 것을 ‘섬유화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번 실험에서 에보글립틴을 활용하면 섬유화를 일으키는 신호 전달 경로를 막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에보글립틴은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기존에 안전성을 이미 입증한 약물인 만큼, 연구팀은 이를 활용하면 흉터 치료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범 을지대 의대 교수는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한적이던 흉터 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새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