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알려진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계절 독감백신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년 유행 바이러스가 바뀌는 독감은 백신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모더나의 mRNA 독감백신 후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받으면서, 독감백신 시장에도 mRNA 방식이 본격 도입될지 주목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mRNA 백신으로 알려진 미국 바이오기업으로, 최근 독감·RSV 등 호흡기 백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모더나는 18일(현지시간) FDA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가 mRNA 독감백신 후보 ‘엠플루시바’(개발명 mRNA-1010)에 대해 50세 이상 성인에서 유익성이 위험성을 웃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50~64세 성인과 65세 이상 성인을 나눠 각각 표결했고, 두 표결 모두 9대 0으로 찬성했다.
FDA 자문위 권고가 곧바로 최종 허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FDA가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 근거가 된다. 허가가 이뤄지면 미국에서 첫 mRNA 기반 계절 독감백신이 될 수 있다.
독감백신도 ‘빠르게 맞추는’ 경쟁
독감백신은 매년 새로 준비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다음 유행철에 어떤 바이러스가 퍼질지 예측해 백신 균주를 정한다.
문제는 균주를 정한 뒤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유행 바이러스가 달라지면 백신 효과가 기대보다 떨어질 수 있다.
기존 독감백신은 계란을 이용한 배양 방식이나 세포배양 방식 등으로 만들어진다. 오랜 기간 사용돼 온 기술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 기간이 길고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 특성이 바뀔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mRNA 백신은 접근법이 다르다. 바이러스 자체를 키워 백신을 만드는 대신, 우리 몸의 세포가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만들도록 ‘설계도’를 전달한다. mRNA는 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만들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우리 몸이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만들고, 면역계가 이를 기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독감백신에 mRNA 기술을 적용하면 백신 균주가 정해진 뒤 생산 설계를 더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실제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더나도 현재 독감백신 기술은 균주 선정부터 접종까지의 긴 시간 간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mRNA 방식이 이런 한계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 백신보다 예방 효과 높아… 안전성 추가 관찰 필요
모더나는 지난해 6월 3상 효능 연구인 P304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엠플루시바는 50세 이상 성인에서 허가된 표준용량 독감백신보다 상대적 백신 효능이 26.6% 높게 나타났다. 쉽게 말해 기존 표준 독감백신과 비교했을 때 독감 예방 효과가 더 높게 관찰됐다는 의미다.
이상반응은 기존 백신과 유사한 범위에서 보고됐다. 흔하게 나타난 반응은 주사 부위 통증, 피로, 두통, 근육통 등이었다. 중대한 이상반응에서는 시험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자문위원들은 전반적으로 mRNA 독감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3상 연구가 한 번의 독감 유행철에 걸쳐 진행됐고, 일부 환자군에 대한 세부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고령층은 독감 합병증 위험이 큰 만큼 실제 접종 환경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더나는 50~64세 성인에 대해서는 정식 허가를,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 연구를 전제로 한 가속승인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모더나에게 있어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엠레스비아’를 허가받았고, 독감백신과 코로나·독감 혼합백신, 노로바이러스 백신 후보 등을 개발하고 있다. mRNA 플랫폼을 감염병 백신 전반으로 넓히려는 전략이다.
mRNA 독감백신이 곧바로 시장을 바꿀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존 독감백신은 이미 다양한 제품이 사용되고 있고, 가격과 공급계약, 접종 권고, 실제 예방 효과가 시장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mRNA 백신 특유의 접종 후 반응성과 고령층 장기 데이터도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자문위 권고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매년 바뀌는 독감 바이러스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면, mRNA 백신은 독감 예방 전략의 새 선택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