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3일 (월)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기 쉬운 ‘이 피부병’…가장 유력한 가설 봤더니

두 환자 모두 조현병 앓던 중 백반증 발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챗GPT 생성

피부가 얼룩덜룩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과 뇌 질환인 ‘조현병’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로코 모하메드5세대 아라지 정신병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장기간 조현병을 앓으며 백반증이 함께 나타난 남성 환자 2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백반증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가 사라지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흰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조현병과 백반증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조현병 앓던 두 남성, 수년 뒤 피부에 흰 반점

첫 번째 환자는 38세 남성이었다. 약 23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과 실제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환청이 있었다. 생각과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증상도 나타났다.

환자는 약 16년간 플루페나진 주사를 맞았다. 플루페나진은 환청과 망상 등을 줄이는 항정신병약이다. 한 번 맞으면 약효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주사 형태로 사용한다.

남성에게 백반증은 약 11년 전부터 나타났다. 입과 턱 주변, 코, 눈꺼풀과 귀에 경계가 뚜렷한 흰 반점이 생겼다. 팔과 다리, 팔꿈치, 무릎에서도 같은 증상이 발견됐다.

두 번째 환자는 43세 남성이었다. 조현병은 약 27년간 이어졌다. 피해망상과 종교에 관한 비현실적인 믿음을 보였다.

이 환자는 할로페리돌과 클로르프로마진을 사용했다. 두 약 모두 환청과 망상 등을 줄이는 항정신병약이다. 백반증은 약 17년간 이어졌다. 손과 발 끝을 중심으로 흰 반점이 나타났다. 일부 부위에서는 피부색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두 환자 모두 피부과에서 백반증을 확인받았다. 갑상선질환이나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앓은 적은 없었다.

피부와 뇌, 태아 시절 같은 조직에서 만들어져…영향 줄 가능성

백반증과 조현병의 연관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백반증 환자에게 조현병이 나타날 위험이 더 높았다. 2023년 국제 학술지 《더마톨로지 앤드 테라피(Dermatology and Therapy)》에 실린 미국 연구에서도 백반증 환자는 비교 대상보다 정신질환과 자가면역질환 위험이 높았다. 정신질환 중에서는 조현병과의 연관성이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논문에 “두 환자에게 장기간의 조현병과 백반증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은 두 질환의 동반이 완전히 우연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공통된 뿌리’를 꼽았다. 피부와 뇌를 포함한 신경계는 태아 때 모두 외배엽이라는 같은 초기 조직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공통된 발달 과정이 백반증과 조현병의 연관성을 일부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결고리로는 면역체계의 이상이 제시됐다. 백반증은 면역세포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를 잘못 공격해 생긴다. 조현병 환자에게서도 염증과 면역 조절 이상이 관찰된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진은 이처럼 두 질환에 비슷한 면역 변화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항정신병약, 피부색에도 영향 가능

연구진은 항정신병약의 영향도 주목했다.

두 환자는 모두 페노티아진 계열 약물에 노출됐다. 페노티아진은 일부 오래된 항정신병약이 속하는 약물 종류다. 첫 번째 환자가 사용한 플루페나진과 두 번째 환자가 복용한 클로르프로마진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플루페나진 등이 멜라닌세포를 손상시키고 멜라닌 생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닌은 피부와 머리카락 등에 색을 내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일부 항정신병약이 멜라닌세포에 독성을 보여 피부색이 빠지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물이 백반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백반증은 면역체계 이상과 유전적 요인, 산화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피부에 흰 반점이 생겨도 스스로 항정신병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환청과 망상 등이 다시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흰 반점과 정신 증상 함께 살펴야

백반증이 있다고 해서 조현병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조현병 환자에게 반드시 백반증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백반증 환자에게 환청이나 심한 망상, 생각의 혼란이 나타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갑자기 사람을 피하거나 학교·직장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확인이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에게 얼굴이나 손발의 피부색이 빠지거나 경계가 선명한 흰 반점이 번질 때도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약을 먹는 중 피부색이 변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와 피부과 의료진이 함께 원인을 살펴야 한다.

연구진은 “두 질환을 겪는 환자를 위해 피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치료하는 다학제(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진료하는 방식)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반증 환자는 정신 건강에 위험 신호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조현병 환자 역시 피부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지 조기에 확인해야 한다”라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관련 전문의를 찾아 종합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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