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방간은 간에 쌓인 지방의 무게가 간 전체 무게의 5%를 넘어서는 상태다. 흔히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지방간에 걸릴 수 있다.
알코올과 관계 없이 생기는 지방간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이라고 한다. 대부분 비만이나 당뇨 등 대사증후군이 원인이다.
비만 상태에서는 몸에 남는 에너지가 간에 지방 형태로 쌓이기 쉽다.
당뇨병이나 인슐린저항성이 있으면 혈액 속 지방산이 간으로 더 많이 들어가고, 간 안에서도 지방을 새로 만드는 과정이 늘어 지방간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
피 속의 지방 수치가 높은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 역시 대사이상 지방간을 앓을 수 있다.
힌트는 배 속에 있었다?
지방간 치료의 핵심은 충분한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환자들이 감량한 체중을 평생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핀란드 위배스퀼래대 연구팀은 장내미생물과 간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앞서 동물실험에서 보충제로 장 속의 유익한 균을 늘리면 지방간 개선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를 사람에게 검증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팀은 성인 참가자 42명을 모집했다. 평균 나이는 53.7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3.5였다. 모두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하고, 간에 지방이 쌓인 대사이상 지방간 환자들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1개월 동안 참가자들의 평소 생활 패턴을 관찰했다. 이후 4개월 동안 하루 2.8g의 자일로올리고당을 섭취하도록 했다.
자일로올리고당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식이섬유 성분이다. 한국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성분이다.
넉달간 자일로올리고당을 복용한 후 간 지방을 다시 측정했더니 일부 참가자들에게 유의한 변화가 있었다. 42명 중 11명의 간 지방량이 29% 감소했다.
비만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이들 11명은 총 체지방량·내장지방·복부지방·허리둘레·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소폭 줄었다.
어떤 원리길래?
자일로올리고당 섭취로 간 기능이 개선된 참가자 11명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장 속 미생물이 주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이 아닌 단백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미생물이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대사 과정에서 분해되고 남은 부산물(아미노산)이 늘어난다. 대표적인 부산물이 ‘페닐아세테이트’다. 이 물질은 간세포 속에 지방이 더 많이 쌓이게 만든다.
이들이 자일로올리고당을 먹으면, 장 속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페닐아세테이트 수치가 낮아지며 간에 부담이 덜 가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일로올리고당 섭취가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던 나머지 참가자들은 지방간이 더 심하게 진행돼 손상을 되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 연구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분석 대상이 42명에 불과하며, 반응군은 전체의 4분의 1 남짓이다.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지도 않았고, 위약을 먹은 비교군도 없었다. 단순히 1개월 동안 관찰 후에 모든 참가자가 자일로올리고당을 일괄적으로 섭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신중하게 선정된 일부 지방간 환자에게 자일로올리고당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간 질환 치료법을 설계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자일로올리고당 업계로부터 별도의 후원이나 연구비를 지원받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