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에 뇌졸중(뇌출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다. 한쪽 몸이 마비되고 시력 문제가 있어 가족이 종일 간병하고 있다. 그를 본 지인이 "진작에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는 말을 했다. 환자와 가족의 마음에 또 다시 상처를 주는 말이다. 뇌출혈로 쓰러진 이 환자는 지방의 큰 병원에서 급하게 수술을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장애가 남았다. 매일 간병하는 가족의 마음은 후회의 연속이다. "고속도로를 달려서 서울의 큰 병원에 가야 했을까..."
지역·필수의료 위기는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도 알고 있다. 의사도, 환자도 서울로 몰리는 수도권 의료집중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매번 지역의료 살리기를 언급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충북의 치료 가능 사망률 격차는 12.7%p에 이른다. 서울에서 치료했더라면 살릴 수 있는 환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이다. 지역 환자가 서울로 올라오면 돈도 많이 든다. 상경 진료 비용은 연 4.6조 원에 달한다. 그래도 내 가족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 서울로 올라오는 것 같다.
유튜버 김선태 충주의료원에 1억 원 기부..."응급의료 개선에 도움되길"
'충주맨'으로 유명한 유튜버 김선태씨가 지난달 충주의료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3월 충주시 공무원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나선 그는 구독자가 169만 명에 달해 이제 막 돈을 벌고 있다. 1억 원은 큰 돈이다. 그는 "진짜 제 통장에서 기부하게 되니까 약간 아깝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충주의료원에 기부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심뇌혈관 질환이나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회생률이 낮은 것 같다. 기부를 통해 지역 응급의료만이라도 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돈을 기부한다고 해서 지역 응급의료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 안 한다. 많은 분들이 지역 응급의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유튜버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충주맨'이라는 별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유쾌한 입담과 기획력으로 지방자치단체 홍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 중이다.
지방에는 왜 의사가 없을까?
지역의료의 열악한 상황은 각종 조사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에는 왜 의사가 없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명이지만,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2.5명(2024년 기준)에 불과해 2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의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방 의료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의 집중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 수 확대와 함께 정교한 배치 정책 병행해야
보고서는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의사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별도의 의사 배치 장치 없이 인력만 늘릴 경우 이 의사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오히려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전공의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전공의 파견 정책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교한 의사의 지역 배치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의사 인력 부족 지역을 따로 지정하거나 전공의 정원을 지역 별로 배분하고 수도권 인력을 지방으로 의무 배치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또 지역의사제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수당과 정착 지원 등 인센티브 중심으로 설계된 한계가 있다. 이는 전공의 정원 배분이나 수도권 인력 분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환자, 의사 모두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지역 의료 기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른 나라들은 의사 수 확대와 함께 배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과 일본은 지역별 의사 수를 규제하거나 전공의 정원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재정 인센티브를 통해 취약지역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객관적인 의료 취약지 지정을 바탕으로 전공의 정원을 지역 별로 배분하고 수도권 인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의료 수가와 인건비, 주거·교육 지원을 결합한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 불러일으켜
김선태 유튜버의 1억 원 기부는 지역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역 기업이나 주민들이 공공의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 기부문화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전국 지방의료원들은 대부분 의료인력 부족과 경영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번 기부를 계기로 공공병원이 처한 현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선태 유튜버는 충주 지역 주민들의 응급진료와 심뇌혈관질환 치료 등 필수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