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질긴 고기 등 단백질 대신 부드러운 밥이나 면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소화 부담이 적다는 이유지만, 이런 식습관이 계속된다면 걷기·장보기 같은 일상생활 기능 저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대 리즈완 카이사르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유럽 27개국 50세 이상 3만8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그룹에서 악력(손아귀 힘) 저하와 신체 기능 장애 위험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9일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유제품, 콩류, 달걀, 육류, 생선, 가금류 섭취 빈도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이 중 단백질 섭취 지수 하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저단백 섭취군’으로 정의하고, 악력과 걷기, 계단 오르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몸 굽히기, 장보기 등 10가지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단백질 부족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남성은 연령과 무관하게 악력 저하 위험이 급증했다. 50~65세 남성은 39%, 66세 이상 남성은 35%나 악력 저하 위험이 더 높았다. 반면 여성은 66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악력 저하 위험이 21% 증가해 남성보다 그 영향이 적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서 더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여성은 몸을 굽히거나 무릎 꿇는 데 겪는 어려움이 최대 20% 높았으며, 장보기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은 무려 65%나 치솟았다. 특히 50~65세 여성은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단백질 섭취가 적은 그룹은 성별과 무관하게 100m 걷기에서 최대 53%, 머리 위로 팔을 올리는 동작에서 최대 33% 더 높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카이사르 교수는 “걷기, 일어서기, 장바구니 들기 같은 간단한 동작에도 근력, 균형 감각, 협응력이 필요하다”며 “단백질 섭취가 장기간 부족하면 신체가 이러한 기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기능 저하 및 독립성 상실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은 노화와 관련된 주요 문제”라며 “단백질 섭취가 근육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령과 성별에 따른 근력 및 신체 기능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본 연구에서는 단백질 섭취량 부족이 노인의 악력 감소 및 신체 기능 저하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의 의미는 보충제나 특수 식단이 아닌 우유, 요구르트, 계란, 콩류, 생선, 가금류 같은 일상적인 식품의 규칙적 섭취만으로도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며, 노년기 근력 감소를 더 일찍 포착할 수 있다면 식단 처방 등으로 노년기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카이사르 교수는 “단백질은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하는 운동선수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인 식단을 통해 꾸준히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일상 활동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