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28세 영국 간호사가 점심 때 통조림 참치를 넣은 샐러드를 먹은 뒤, 순식간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숨을 잘 쉬지 못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 환자의 급성 쇼크는 생명을 위협하는 극심한 알레르기 쇼크(아나필락시스 쇼크)와 흡사했다.
영국 모리스턴 병원, 글랑윌리 종합병원 등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이 간호사는 통조림 참치 샐러드를 먹은 지 불과 30분 만에 이상 증세를 느꼈다. 평소 가벼운 천식이 있어 흡입기를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증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악화해 5분 만에 혼자 서지도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특히 혈압이 76/43mmHg까지 뚝 떨어지는 심한 저혈압 증상을 보였고 맥박도 빨라졌다.
의료진은 환자의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린 채 근육 내 아드레날린을 연달아 주사하며 저혈압을 집중 치료했다. 다행히 환자는 하루 만에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보고 깊은 혼란에 빠졌다. 급성 쇼크가 발생했을 때는 혈청 비만세포인 트립타제의 수치가 치솟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1시간, 6시간, 24시간 뒤에도 모두 정상 범위(15 mcg/L 미만)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혹시 샐러드에 식중독의 원인이 있는지 정밀 조사했다. 하지만 통조림 참치 섭취와 시간적 연관성 및 임상 증상을 토대로, 참치를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을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알레르기를 앓은 적이 전혀 없었고, 참치를 먹은 직후 몇 분 만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신속히 회복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환자가 면역 반응이 아니라 '스콤브로이드 중독(히스타민 어류 중독)'으로 쇼크를 일으켰다고 결론지었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 필요한 생리활성 물질이지만 상한 생선이나 발효식품에 너무 많이 생기면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과잉 섭취하면 구토, 설사, 두통 등 식중독과 비슷한 히스타민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칫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이 응급 상황이 면역 체계의 이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의 보관 소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A Case of Suspected Scombroid Poisoning in Intensive Care Staff: Is It Anaphylaxis?)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통조림 참치 샐러드를 먹은 뒤 급성 쇼크에 빠진 이 환자의 스콤브로이드 중독은 참치·고등어·꽁치 등 등푸른생선을 잡은 뒤나 통조림을 딴 뒤 온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할 때 발생한다. 생선 안에 있던 세균이 아미노산(히스티딘)을 분해해 강력한 독성 물질인 히스타민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히스타민은 특히 열에 매우 강해 한 번 생성되면 생선을 구이나 찜 등으로 조리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알레르기는 특정 사람에게만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반면 히스타민 독소는 오염된 생선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등푸른생선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최근 많이 소비되고 있다. 유통 및 보관 과정에서 냉장·냉동 시스템에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이런 히스타민 식중독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스콤브로이드 중독은 두드러기, 홍조, 호흡 곤란 등 증상 때문에 아나필락시스와 구별하기 어렵다. 응급 현장에서 많은 혼선이 빚어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원인과 예후(경과와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생선 섭취 후 이 환자와 비슷한 쇼크가 왔다고해서 평생 생선을 못 먹는 알레르기로 단정해 식이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아나필락시스 지침을 따라야 한다. 아드레날린 조기 투여 등 신속한 응급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이 사례와 같은 스콤브로이드 중독은 일반 알레르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A1. 일반 알레르기(IgE 매개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에게만 발생합니다. 하지만 스콤브로이드 중독은 보관이 잘못돼 히스타민 독소가 생성된 생선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독성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Q2. 생선을 완전히 익혀 먹으면 히스타민 독소를 없앨 수 있나요?
A2. 없애기 어렵습니다. 히스타민은 열에 매우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미 세균에 의해 생성된 독소는 굽거나 끓이는 등 조리를 거쳐도 파괴되지 않고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Q3. 스콤브로이드 중독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생선이 잡힌 직후부터 소비자가 먹기 전까지 콜드체인(저온 유통)과 냉장·냉동 보관을 철저히 유지해 세균 증식과 히스티딘의 히스타민 변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