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삼킨 머리카락, 위 채우고 40cm 늘어져…9세女, 췌장염·라푼젤증후군?

윗배 통증, 구토, 헛배 부름, 변비 등 증상으로 응급실 찾아...머리카락, 위에 가득차고 40cm 꼬리까지 형성/췌장염·담관확장증 동반한 라푼젤증후군 진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자 어린이가 턱을 괴고 침대에 엎드린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머리카락 종이 흙 등을 먹는 이식증은 부모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건강했던 9세 여자 아이가 윗배 통증과 구토, 음식 섭취량 감소, 변비 등 증상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연구팀은 9세 여아가 소아에게선 매우 드문 기계적 췌장염과 담관 확장증을 동반한 ‘라푼젤 증후군’을 진단받은 사례를 보고했다.

기계적 췌장염은 담석·종양 등 물리적인 원인으로 췌장액의 흐름이 막혀 발생하는 췌장염이다. 췌장의 소화 효소가 십이지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 갇힌 채, 췌장을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 환자는 부모 몰래 머리카락을 계속 삼켰고 그 결과 거대한 ‘위 모발결석’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머리카락을 삼키는 버릇은 이식증에 속한다. 이식증은 영양가도 없고 사람들이 통상 먹지 않는 머리카락, 흙, 종이, 비누, 페인트 조각 등 물질을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먹는 섭식장애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이 환자는 초기 검사에서 급성 췌장염과 일치하는 매우 높은 혈청 리파아제 수치(1035 IU/L)를 보였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선 담석은 없지만 간내 및 간외 담관이 늘어나서 넓어진 확장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수액 주사 등 지지 요법으로 치료받은 뒤,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져 퇴원했다.

하지만 외래 추적 관찰 중 상복부 통증과 조기 포만감이 재발하고, 부모의 손에 환자의 배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만져졌다. 연구팀은 조영 증강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의 머리카락이 위장 안을 가득 채우고 소장(공장)까지 약 40cm 길이로 길게 뻗어 내려간 것을 발견했다.

이 거대한 머리카락 덩어리는 소장과 소장이 맞물려 들어가는 증상(공장-공장 중첩증)을 일으키고, 십이지장 등 부위에서 강한 압박을 일으켜 췌관의 흐름을 막았다. 이 때문에 췌장염과 담관 확장증이 함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위와 소장에 대한 절개술로 환자의 뱃속 머리카락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했다. 환자는 수술 후 복통이 사라지고 혈청 리파아제 수치도 정상(4 IU/L)을 되찾아 안정된 상태로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Rapunzel Syndrome Presenting as Acute Pancreatitis With Biliary Ductal Dilatation in a Child: A Rare Mechanical Etiology of Pediatric Pancreatiti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9세 아이 위장의 약 100% 차지한 머리카락…아이의 식사량 2배 부피로 압박

라푼젤 증후군은 높은 탑에 갇힌 채 창문 밖으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는 동화 속 주인공 라푼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의학적으로 단순히 위장 속에 머리카락 뭉치가 쌓여 있는 상태를 ‘위 모발결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뭉치가 점점 커져 위의 좁은 출구인 유문을 뚫고 나와, 탑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처럼 소장(십이지장, 공장, 회장)을 향해 수십 cm씩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는 이상한 상태를 라푼젤 증후군이라고 한다. 1968년 국제 학술지에 처음 소개됐으며, 소아의 발병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건 확인됐다.

해부학적으로 9세 어린이의 위장이 최대로 늘어났을 때의 용량은 물이 가득 찼을 때를 기준으로 약 700~900mL다. 어린이가 평소 배불리 먹는 한 끼 식사량은 부피로 환산하면 약 300~500mL이며, 위장의 절반 안팎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벽이 부드럽게 늘어나고 위액과 섞여 소장으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례 속 환자의 위장에는 아이의 최대 위 용량에 육박하는 거대한 머리카락 뭉치가 거의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평소 먹는 한 끼 식사량의 약 2배나 되는 소화 불가능한 이물질이 위장 공간을 100% 가까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만 넘겨도 위벽이 물리적으로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 위장 내부 압력이 급상승하며 터질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음식을 삼키는 족족 토하고 상복부 통증이 점차 심해진다.  

그런데 평소 아이가 머리카락을 그렇게 많이 삼키는 동안, 보호자는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사실 보호자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리카락을 뽑는 버릇인 발모증과 이를 삼키는 모발섭취증은 주로 아이 혼자 있는 공간이나 밤에 잠들기 직전 침대 안에서 아주 은밀하게 이뤄진다.

대다수 환자는 머리를 집중적으로 뽑아 두피에 원형 탈모 등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 사례 속 어린 환자는 두피 전체에서 머리카락을 골고루 한두 가닥씩만 솎아내듯 뽑았거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옷에 붙은 털을 습관적으로 주워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외관상 탈모나 모발 가늘어짐 등 외적 단서가 전혀 없었다.

머리카락은 인체의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고 위장의 연동 운동으로도 내려가지 않아 몸 안에 그대로 쌓인다. 머리카락 뭉치가 위장을 가득 채우는 데는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덩어리가 소장으로 빠져나가 주변 장기를 압박하면 갑자기 복통을 일으킨다. 아이의 머리 숱이 멀쩡하고 평소 별다른 소화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췌장염으로 응급실을 찾기 전까지 부모는 단순 배탈이나 바이러스성 위장염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원인 불명의 소아 췌장염이나 담관 확장증이 나타나고 정상적인 간 효소 수치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상복부 통증, 조기 포만감을 호소하고 배에 혹(종괴)이 만져지면 라푼젤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 등 검사를 받아 증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의 머리숱이 멀쩡하고 탈모 흔적이 전혀 없어도 라푼젤 증후군일 수 있나요?

A1.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환자처럼 두피 전체에서 머리카락을 한두 가닥씩 골고루 솎아내듯 뽑거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옷·인형에 붙은 털을 습관적으로 주워 삼키는 경우에는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머리 숱이 멀쩡하더라도 평소 아이에게 은밀한 흡입 습관이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Q2. 머리카락을 삼켰을 때 왜 하필 췌장염이나 담관 확장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나요?

A2. 위장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뭉친 머리카락이 위의 좁은 출구인 유문을 뚫고 소장까지 수십 cm나 길게 뻗어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한 머리카락 사슬이 소장의 시작 부위인 십이지장과 췌장 머리 부분 등을 외부에서 강하게 압박하면서 췌장액과 담즙이 흘러나가는 통로를 막습니다. 이 때문에 역류와 배출 장애가 일어나면서 내인성 간담도질환이 없어도 기계적 췌장염과 담관 확장증이 발생합니다.

Q3. 아이가 머리카락을 삼키는 습관, 즉 모발섭취증이 있다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만으로 완치가 되나요?

A3. 외과적 수술로 위장과 소장을 가로막고 있는 머리카락 덩어리를 완전히 없애면 통증이나 췌장염 같은 급성 물리적 증상은 즉시 해소됩니다. 하지만 모발섭취증이나 발모증은 심리적 요인, 정신과적 질환, 행동장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이후에 원인 행동을 고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머리카락이 다시 체내에 쌓여 재발할 위험이 높습니다. 종합적인 치료(다학제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