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째 혈압약을 먹다가 3년 전 당뇨 진단까지 받은 50대 남성이 있다. 암 검진만큼은 국가 검진 주기에 맞춰 받는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일본 도쿄대 의학대학원 심혈관의학과 가네코 히데히로 부교수팀이 139만 명을 약 3년 4개월 추적한 결과, 심장·신장·대사 건강이 함께 나빠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상대 위험이 최대 30% 높았다. 주요 암 종류 전반에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고, 성별·연령별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유지됐다.
겹칠수록 달라지는 이유
연구팀은 일본 전국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에서 그간 암을 진단받은 적이 없고 분석에 필요한 검사 자료가 갖춰진 성인 139만901명을 관찰했다. 흡연·음주·체중·나이·성별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걷어낸 뒤 심혈관-신장-대사 증후군(CKM 증후군) 단계별 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CKM 증후군은 심장(Cardiovascular)·신장(Kidney)·대사(Metabolic)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고혈압·당뇨병·비만 같은 대사 이상과 신장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이 서로 연결돼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상태를 뜻한다.
2023년 미국심장협회는 0~4단계 분류 체계를 제안했다. 1단계는 비만이나 혈당 상승 등 대사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장기 손상은 아직 없는 상태다. 2단계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뚜렷해지지만 심혈관 사건은 발생하지 않은 단계다. 3단계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임상적 사건은 없지만 심혈관 구조·기능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상태, 4단계는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이 실제로 발생한 상태다.
결과는 뚜렷했다. 위험 요인이 전혀 없는 0단계와 비교했을 때 1단계는 3%, 2단계는 2%로 차이가 거의 없었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도 아니었다. 3단계에서는 25%, 4단계에서는 30%로 증가폭이 뚜렷하게 커졌다. 초기 단계에서는 차이가 미미하지만 3단계 이후부터 격차가 벌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복합 질환 놓치는 분절 진료 구조
지금까지 의학계는 당뇨, 고혈압, 비만이 각각 특정 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개별 연구로 보고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 질환들이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형병원 진료 역시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순환기내과로 나뉘어 진행된다. 나무는 보지만 숲은 보기 어려운 구조다.
개별 위험만으로는 복합 질환이 만들어내는 실제 암 위험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대규모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3단계 이후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해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면역 기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가네코 부교수는 “심혈관·신장·대사 시스템은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의 이상이 다른 곳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며 “CKM 환자를 진료할 때는 심혈관뿐 아니라 암 위험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성인 4명 중 3명, CKM 위험 요인 보유
서울대병원 신장내과·서울대 의과학연구원과 미국 국립보건원 공동 연구팀이 2025년 《Epidemiology and Healt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 5만4994명을 분석한 결과 20세 이상 성인의 74.8%가 CKM 위험 요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즉 성인 4명 중 3명은 심혈관·신장·대사 건강과 관련된 위험 요소를 이미 갖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적용한 CKM 정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경희대 의대 윤동건 교수팀이 한국 성인 6만1106명을 분석해 2025년 《Lancet Regional Health Western Pacific》에 보고한 결과, 가장 심각한 CKM 4단계 유병률이 11년 동안 연평균 3.2%씩 증가했다.

암 검진 전략 점검이 필요한 대상
점검 기준은 단순하다.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만성 콩팥병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겹치거나 관련 약을 복수로 복용 중이라면 CKM 2~3단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심혈관 관리와 함께 암 검진 전략을 주치의와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
혈압과 혈당은 심혈관 건강의 기본 지표다. 대사 이상이 겹칠수록 암 발생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HA) 학술지 《Circulation: Population Health and Outcomes》 4월 27일자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