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치료 주사 위고비가 같은 성분의 다른 약물보다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과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눈의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생 보고가 오젬픽보다 최대 5배 높게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은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대표적으로 위고비와 오젬픽, 리벨서스가 있다. 세 약물은 모두 같은 활성 성분을 사용하지만 용량과 제형, 사용 목적이 다르다.
위고비는 고용량으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용되며, 오젬픽은 더 낮은 용량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인다. 리벨서스는 주사가 아닌 경구용 제제다.
세마글루타이드 약물 중 위고비에서 위험 신호 가장 강해
이번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과 허혈성 시신경병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흔히 ‘눈의 뇌졸중’으로 불린다. 심한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 의대 연구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부작용 보고 시스템(FAERS)에 등록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2017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접수된 보고였다.
전체 3000만 건이 넘는 부작용 보고 가운데, 3만 1774건이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사례였다. 이 중 2만 608건은 2017년 FDA 승인을 받은 오젬픽과 관련된 보고였고, 3070건은 2021년 출시된 위고비와 관련된 것이었다.
보고 건수 자체는 오젬픽이 더 많았지만, 허혈성 시신경병증과의 연관성은 위고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용량과 제형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위고비에서 가장 높은 신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허혈성 시신경병증 가능성,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아
추가 분석에서는 허혈성 시신경병증 보고 가능성이 오젬픽보다 위고비에서 약 5배 높게 나타났다.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은 위험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에서 용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잠재적 안전성 문제를 시사한다”며 “처방 지침과 규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향후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인 리벨서스와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의 연관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경구 제형 특성상 약물 흡수가 제한적이고, 체내 흡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점”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을 제조하는 노보 노디스크 측은 “환자 안전은 최우선 과제이며, 약물 사용과 관련된 모든 부작용 보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위고비와 오젬픽, 리벨서스의 유럽 환자 안내서에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포함하도록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데이터는 세마글루타이드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합리적으로 증명하지 않는다”며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의 전반적인 이익-위험 균형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안과학 분야 국제 의학 저널 《영국안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Ischemic optic neuropathy with semaglutide: global observational analysis of sex- and formulation-specific risk‘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전 연구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와 시신경 질환 연관성 제기
세마글루타이드와 시신경 질환과의 연관성을 시사한 연구는 이전에도 보고된 바 있다.
2024년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 안과학회지(JAMA Ophthalmology)’에 발표했다. 단일 의료기관의 신경안과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환자에서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군에서는 위험이 약 4배,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군에서는 약 7배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관찰 연구인 만큼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이 시신경병증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5년 같은 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14개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제2형 당뇨병 환자 약 3710만 명의 실제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연관성을 다시 검증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과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에 소폭의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특히 엄격한 진단 기준을 적용한 분석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와 비교해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에서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생 위험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러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지만, 연구 설계와 비교군에 따라 위험 크기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약물 사용이 시신경병증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위고비가 실제로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나요?
현재 연구들은 위고비와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지만, 약물이 직접적으로 질환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Q2. 허혈성 시신경병증(눈의 뇌졸중)은 어떤 질환인가요?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혈압·당뇨병 등 혈관 질환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Q3. 위고비를 복용 중이라면 중단해야 하나요?
전문가들은 현재 연구 결과만으로 약물 사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시력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