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끄러져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넘어졌는데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대체로 운 나쁜 낙상사고라고 여긴다. 하지만 중년 이후라면 ‘왜 넘어졌나’만큼 ‘왜 그 정도 충격에 부러졌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약해진 뼈가 가벼운 충격을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영완 인천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환자들은 골절 때문에 병원을 찾지만, 실제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은 골절 뒤에 숨어 있는 골다공증”이라며 “골절은 골다공증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뼈도 매일 헐고 다시 짓는다…나이 들면 균형 깨져
뼈는 한번 만들어진 뒤 그대로 남아 있는 조직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는 오래된 뼈를 없애는 ‘파골세포’와 새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끊임없이 작동한다. 젊을 때는 없어지는 양과 새로 채워지는 양이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 나이가 들면 새로 만드는 양보다 없어지는 양이 많아지기 쉽다. 특히 여성은 폐경 뒤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뼈 손실이 빨라질 수 있다.
고 원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건물도 내부 철근이 부식되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듯, 골다공증도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여도 뼈 내부가 이미 약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지는 동안 좀처럼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허리가 조금 굽거나 키가 줄어도 흔히 나이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넘어지면서 손을 짚었을 뿐인데 척추나 손목, 고관절이 부러지고 나서야 숨어 있던 병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골다공증 아니라는데?"…골밀도가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는 뜻밖의 함정이 있다. 골밀도 T점수가 골다공증 진단 기준에 이르지 않아도 골절은 생길 수 있다.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에서는 골밀도를 젊은 성인의 평균과 비교한 ‘T점수’를 주로 쓴다. T점수가 -2.5 이하이면 골다공증, -1.0보다 낮고 -2.5보다 높으면 골감소증으로 분류한다. 골감소증은 정상보다 골밀도가 낮지만 골밀도 수치만 놓고 보면 골다공증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 숫자가 뼈의 강도를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 나이와 이전 골절, 뼈의 미세구조, 넘어질 가능성 등도 실제 골절 위험을 좌우한다. 같은 골밀도라도 50대와 80대의 골절 위험이 같지 않은 이유다. 이미 가벼운 충격에 뼈가 부러진 적이 있다면 골밀도 수치만 보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골감소증 단계에서 골절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골감소증에 해당하는 인구 자체가 골다공증 환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결국 “골다공증 수치는 아니라니 괜찮다”고 안심하기보다 나이와 과거 골절, 가족력, 복용약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고 원장은 예전보다 키가 2~3cm 이상 줄었거나 작은 충격에도 골절된 적이 있다면 뼈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에게 고관절 골절 병력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키가 줄어드는 것을 단순한 노화로만 여겨서도 곤란하다. 뼈가 약해지면서 척추뼈가 눌려 찌그러지는 ‘척추 압박골절’이 생기면 키가 작아지고 등이 굽을 수 있다. 통증이 심하지 않아 골절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골다공증 초기에는 일반 엑스레이만 보고 알아채기도 어렵다. 가장 널리 쓰는 검사가 ‘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 골밀도 검사다. 서로 다른 에너지의 X선을 이용해 주로 허리뼈와 고관절의 골밀도를 측정한다.
고 원장은 “고층 건물의 외관만 봐서는 내부 철근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골밀도 검사는 뼈 안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확인하는 검사”라고 설명했다.
필요하면 혈액검사도 실시한다. 칼슘과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은지, 다른 질환 때문에 뼈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살핀다. 혈액이나 소변에서 ‘골대사표지자’를 측정하기도 한다. 뼈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속도를 가늠해 치료 경과를 살피는 데 활용한다.
검사를 받아야 할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가 많거나 가벼운 충격에 골절된 적이 있는 사람, 저체중인 사람, 부모가 고관절 골절을 겪은 사람,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더 일찍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는 54세·60세·66세 여성에게 골밀도 검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해당 연령이 아니더라도 골절 위험요인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검사 필요성을 따져볼 수 있다.
한번 부러졌다면 안심은 금물…2년 안에 17% 재골절
골절 부위가 나았다고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5년 국제학술지 《Bone》에 발표된 연구에서 부산대·경희대 연구진 등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2013년 골다공증성 골절을 겪은 55세 이상 환자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직전 1년 동안 같은 종류의 골절이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이후 재골절 여부를 살폈다.
약 17%가 2년 안에 다시 골절됐다. 한 차례 재골절을 겪은 사람 가운데서는 약 28%가 그 뒤 2년 안에 다시 뼈가 부러졌다. 골절이 거듭될수록 가까운 시기의 추가 골절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골절 부위만 치료하고 끝내면 다음 골절의 위험을 높인 요인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해 필요한 치료를 받고, 근력과 균형감각을 키워 넘어지는 일 자체를 줄이는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골절 뒤에도 치료제 처방으로 이어지지 않는 환자가 더 많았다.
2025년 《Journal of Bone Metabolism》에 발표된 한국 건강보험 자료 분석에 따르면 골절 뒤 1년 안에 골다공증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비율은 2006년 31.1%에서 2021년 39.9%로 높아졌다. 다만 2021년에도 골절 환자 10명 가운데 약 6명은 1년 안에 골다공증 치료제를 처방받지 않았다.
특히 경계할 부위는 고관절이다. 허벅지뼈와 골반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이 부러지면 걷기가 어려워져 수술과 긴 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움직임이 줄면 근육까지 빠져 이전 생활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올해 《Bone》에 발표된 한국 연구는 고관절 골절을 겪은 3만9670명과 골절이 없었던 7만3428명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골절 직후 급성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골절 1년 뒤부터 장기 사망 위험을 추적했다. 고관절 골절을 겪은 사람의 사망 위험은 비교군보다 높았고, 70대에서는 기대여명도 남성은 평균 2.94년, 여성은 2.03년 짧았다. 다만 관찰연구인 만큼 고관절 골절이 기대여명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연구에서 측정하지 못한 다른 요인의 영향도 남아 있을 수 있다.
골다공증 되기 전에 약으로 막을 수 있을까?
치료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골다공증까지 진행한 뒤 약을 쓰는 대신, 그 전 단계에서 골절을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25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는 50~60세 초기 폐경 여성 1054명을 10년간 추적한 임상시험 결과가 실렸다. 대상자는 젊은 성인의 평균보다 골밀도가 낮았지만 T점수가 -2.5보다 높아 골밀도 수치상 골다공증 진단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연구진은 뼈가 지나치게 빠르게 없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 치료제 ‘졸레드론산’을 사용했다. 정맥으로 주입하는 약이다.
연구 시작 때와 5년 뒤 두 차례 졸레드론산을 맞은 여성 가운데 10년 동안 척추 X선에서 새로운 골절이 확인된 비율은 6.3%였다. 두 차례 모두 가짜약을 투여한 위약군은 11.1%였다. 연구에서는 이전 X선과 비교해 척추뼈 높이가 20% 이상 줄어든 경우 등을 ‘형태학적 척추골절’로 판정했다.
그렇다고 모든 50대 여성이나 골감소증 환자가 미리 약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골밀도와 이전 골절, 연령 등 전체 위험을 따져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약 만으로 뼈를 지키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단백질과 칼슘·비타민D를 섭취하고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뼈와 근육을 함께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균형감각을 기르는 운동은 넘어질 가능성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고 원장은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지는 병이지만, 결국 우리가 막아야 하는 것은 골절”이라며 “50세 이후에는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듯 뼈 건강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건강수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년 이후 가벼운 충격에 뼈가 부러졌다면 ‘재수가 없어서 넘어졌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 넘어졌는지와 함께, 왜 내 뼈가 그 정도 충격을 견디지 못했는지를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