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페놀이 풍부한 베리류 과채가 비만과 관련된 인지 저하 완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는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항염 성분이 풍부해 오래전부터 뇌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기존 연구에서는 베리류 섭취가 많은 사람들이 인지 저하 속도가 더 느린 경향을 보이거나, 기억력이나 처리 속도 등 일부 인지 영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연구 대상, 섭취 용량, 평가 방법이 서로 달라 결론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비만처럼 대사 이상이 동반된 상황에서 베리류가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에 브라질 캄피나스대 식품과학 및 영양학과 연구진은 베리 섭취가 비만과 관련된 대사 이상과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존 연구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비만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경도인지장애(MCI)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만 아직 치매로 진단되지는 않는 상태를 말한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단계다. 최근 연구들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같은 심장대사 이상이 인지 기능 저하와 신경퇴행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해 왔다.
비만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혈액-뇌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며,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adipokine) 신호 전달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이 더해지면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점에서 대사 건강 개선이 뇌 건강 유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편 연구 종합…기억력 일부 개선
연구진은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공개 의학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 학술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와 스코퍼스(Scopus)를 검색해 관련 연구를 선별했다.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과 전향적 코호트 연구만 포함됐으며, 최종적으로 12편이 분석 대상이 됐다.
연구 참가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년층과 일부 중년층 성인이었으며, 블루베리·딸기·라즈베리·포도 등을 그대로 또는 음료, 추출물, 분말 형태로 섭취했다. 연구 기간은 수 주에서 최장 3년까지 다양했다.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 공복 인슐린과 혈당,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혈압, C반응성단백질 등을 대사 지표로 평가했고, 인지 기능은 청각언어학습검사(AVLT)와 기억력 설문, 주의력 검사 등 표준화된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측정했다.
분석 결과, 베리류의 폴리페놀 섭취는 전반적으로 기억력 검사 점수의 소폭 향상과 관련이 있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되고,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낮아졌으며, 렙틴 수치가 조절되는 등 대사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예를 들어, 동결건조한 야생 블루베리 가루 약 25g을 섭취한 집단에서는 기억력 점수가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 역시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다만 체질량지수는 일관되게 감소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 자체보다는 대사 지표 변화가 인지 기능과 보다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뇌 축이 연결 고리
연구진은 ‘장-뇌 축(gut-brain axis)’을 중요한 기전으로 지목했다. 베리류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켜 유익균 비율을 높일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뇌 기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아커만시아 무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같은 유익균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단쇄지방산 등 대사산물이 전신 염증을 낮추고 신경 신호 전달에 관여할 수 있다. 도파민, 세로토닌,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변화 역시 인지 기능과 기분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치매 관련 생체지표는 아직 불확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베타(Aβ), 타우 단백질, 신경필라멘트 경쇄(NfL) 등 생체지표에 대한 사람 대상 연구 결과는 아직 제한적이며 일관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됐다고 보기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건강한 식단의 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어
종합적으로, 폴리페놀이 풍부한 베리류는 인슐린 민감성, 염증 반응, 장내 미생물 구성 등을 조절함으로써 비만과 관련된 인지 저하 기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베리류 섭취는 특히 노년층에서 대사 건강과 기억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이 전략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최적의 섭취량이나 장기적인 예방 효과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블루베리 한 줌을 식단에 더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고 실천하기 쉬운 선택이지만, 치매 예방 치료로 단정하기에는 과학적 근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명확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장기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Nutrients)》에 ‘Berry Consumption and Its Role in the Modulation of Obesity and Mild Cognitive Impairment’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