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청소년이 무릎 수술을 받으면 다리가 더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덜 자라거나, 기대하지 않은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술 과정에서 뼈에 뚫는 작은 구멍의 위치와 충전 재료에 따라 뼈 성장이 다르게 자극 받기 때문이다.

구멍 위치와 재료, 성장 좌우한다
무릎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이나 성장판 골가교 수술을 할 때는 성장판 주변의 뼈에 작은 구멍(골간단공)을 만들게 된다. 그동안 이 구멍이 뼈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서 ‘골간단공’은 수술 시 뼈의 성장판 주변에 만들어지는 작은 구멍이다. 또한, 성장판은 뼈 끝부분의 연골 조직으로, 여기서 새로운 뼈가 만들어지며 키가 자란다. 사춘기가 끝나면 성장판이 닫히고 성장이 멈춘다.
이에 해운대백병원 소아정형외과 박병규 교수와 서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박건보 교수팀은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성장기 하지 수술 후 뼈 성장 자극 연구’를 진행했다. 성장기 토끼의 정강이뼈 성장판에서 각각 5mm, 10mm, 15mm 떨어진 위치에 구멍을 만들고, 여기에 서로 다른 재료로 채운 뒤, 각각의 성장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성장판에서 10mm 떨어진 부위에 구멍을 내고 뼈 왁스를 채운 경우, 뼈가 정상보다 더 길게 자라는 ‘과(過)성장’과 함께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외반 변형’이 발생했다. 반면 같은 위치라도 구멍을 비워두거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뚜렷한 길이 변화 없이 외반 변형만 나타났다.

해운대백병원 박병규 교수는 “구멍의 위치와 충전 재료 모두가 뼈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성장기 환자 수술 후 나타나는 다리 길이 차이와 변형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성장 조절 가능한 새 치료법도 기대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합병증 원인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향후 필요에 따라 뼈 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성장기 아이들이 무릎 수술을 받은 후 예기치 않게 다리 길이가 달라지거나 다리가 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 연구로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이를 예방하거나, 반대로 선천적 다리 길이 차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의도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치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성장기 환자 수술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뼈 구멍의 위치와 재료에 따라 성장 영향이 달라진다”며 “향후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을 찾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 연구는 최근 열린 대한정형외과학회 제69차 국제학술대회에서 ‘학술본상’을 수상했다. 학회 학술본상은 매년 기초·임상 각 분야에서 단 1편씩만 선정하는 상이다.
특히 박병규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 스포츠 활동 증가로 무릎 인대 손상과 하지 골절이 늘고 있다”며 “부산 지역 소아 환자 진료 경험이 연구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정형외과 분야 국제학술지('Bone & Joint Research')에도 게재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