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호르몬이 10대 청소년들의 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10~18세 아동청소년의 지방간 유병률이 최근 10년 동안 8%에서 12%로 크게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결과다.
일명 ‘불멸의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불소계면활성제(PFAS)’는 플라스틱 화합물의 일종으로, 수 천 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환경호르몬 등 독성 화학물질을 내뿜는 것으로 유명하다. PFAS가 내뿜는 독성 물질이 몸 안에 쌓이면 다양한 암과 갑상선질환, 간 질환, 고지혈증, 천식, 생식기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상 생활에서 PFAS에 노출되는 것이 너무 쉽다는 점이다. PFAS는 물, 기름, 열 등에 강하다는 특성 덕분에 조리도구와 포장재, 생활용품에 널리 쓰인다. 샴푸나 뷰티 제품 성분표에서도 PFAS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하와이대 공동 연구팀은 혈중 PFAS 수치가 높으면 청소년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위험이 최대 3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8~13세 청소년 162명의 혈중 PFAS 수치와 간 지방분율(간에 지방이 축적된 정도)을 약 6년간 추적한 결과 PFAS 수치가 2배 높아지면 지방간 위험은 2.7배 늘었다. 혈액 속에 PFAS가 많을수록 청소년 지방간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같은 경향은 10대 후반이 될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15~19세 청소년만 한정하면 PFAS 수치가 2배 높아졌을 때 지방간 위험이 최대 3.5배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이 체중이나 간·대사 관련 유전적 요소 등 위험 요인을 보정했을 때도 이러한 연관성은 그대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춘기 전후로 청소년의 대사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는데, 이런 시기에 PFAS에 노출되면 신체 균형이 크게 무너질 수 있다”며 “특히 지방이나 염증이 쌓이는 등 지질대사 경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석 자체가 과체중이나 당뇨 고위험군 가족력을 가진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PFAS가 단독으로 지방간을 유발했다기보다는 이미 간 기능이 취약한 청소년들의 지방간 위험을 PFAS가 더욱 키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최근 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