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소암은 발견 시 약 80%가 3~4기에 해당해 사망률이 높다. 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암세포가 복막에 퍼진 상태여서,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처럼 위험한 암세포의 특성 배후에는 복막 등 복강 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리모델링’하는 간교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2026년 1월)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난소암이 복강 내 환경을 어떻게 암 친화적으로 재편성하는지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 15명의 대망(큰 그물막)의 조직 검체 36개를 정밀 분석해 세포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복막의 대망은 장기를 보호하고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 조직이지만, 암세포의 침입 시 면역 세포들이 암 확산을 돕는 조력자로 변절한다. 특히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이 약해지는 특정 면역 세포가 크게 늘어나며, 재생 담당 세포들은 암 전이를 돕는 형태로 재프로그래밍(리모델링)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소암 세포는 대망에 이르는 순간 장기 전체의 세포 구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먼 부위조차 이미 세포 수준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수술 때 흔히 남겨지는 소망(작은 그물막) 부위에서 ‘전이 전 니치’(Pre-metastatic Niche)를 확인했다. 이는 암세포가 퍼지기 전, 원발 종양이 분비한 인자로 조성된 ‘전이를 돕는 특정 미세 환경’을 뜻한다.
이곳에는 백혈구가 뿜은 DNA 그물망인 일명 ‘호중구 세포외 덫(트랩)’이 잔뜩 쳐져 있었다. 면역세포가 세균을 잡으려고 만든 이 그물막은 난소암의 간교한 전략에 넘어가, 암세포에게 가장 적합한 착륙장의 역할을 해준다. 파수꾼인 백혈구가 암 신호에 속아서, 암세포 전용 주차장을 미리 만들어주는 셈이다.
연구팀은 난소암 세포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아주 먼 조직에도 이미 침투해 있으며, 사실상 장기 전체를 장악해 원래의 건강한 구조와 스스로 회복하는 재생 능력까지 마비시켰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Ovarian cancer metastasis to the human omentum disrupts organ homeostasis and induces fundamental tissue reprogramming)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난소암은 매우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24년)에 따르면 암이 이미 복막 전체로 퍼진 3기 이상의 상태에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30~40%대로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국내에서 2022년 발생한 난소암 환자는 3263명이며 이는 전체 여성 암의 약 2.4%에 해당한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약 28%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국내 난소암 사망률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난소암 특유의 간교한 암세포 전이 메커니즘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난소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배란 횟수가 꼽힌다. 이른 초경이나 늦은 폐경, 불임 등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특정 유전자 변이(BRCA1 또는 BRCA2)가 있으면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 초기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 골반 통증 등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난소암 증상을 단순한 소화기병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암세포가 복막 등 복강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하면 암세포가 퍼지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정기적으로 부인과 검진을 받고 이상 증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까닭이다. 암세포의 빠른 전이를 막기 위한 현대 의학의 반격도 거세다. 과학자들은 백혈구가 쳐놓은 끈적한 그물을 인위적으로 녹이거나 그물이 생성되지 않게 차단하는 약물을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는 전략을 연구 중이다.
대표적인 방식은 암세포가 착륙할 그물을 가위로 자르듯 분해하는 특정 효소(DNase I 효소)를 투여하거나, 그물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효소(PAD4)를 억제해 덫의 생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치료제를 나노 입자에 실어 암세포가 리모델링 중인 전이 예상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전달해 공격하는 '정밀 타격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번 스위스 바젤대의 세포 지도 완성으로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암세포 제거에서 변질된 환경의 정상화로 바뀔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난소암 전이가 유독 복강 내에서 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난소암 세포는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이될 장소인 대망이나 복막의 환경을 미리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전이 전 니치’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암세포의 신호(지시)를 를 받은 백혈구가 ‘끈적한 그물’을 만들어 암세포가 쉽게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빠른 전이의 핵심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Q2.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소망(작은 그물막) 부위가 왜 중요한가요?
A2. 소망은 위와 간 사이에 위치한 작은 지방 조직으로, 기존 난소암 수술 시에는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제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소망 부위가 암세포 전이의 초기 기지로 활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소망 부위까지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절제 수술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Q3. 난소암의 전이 전략을 역이용하는 치료법은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A3. 현재 백혈구 그물을 녹이는 특정 효소(DNase I)나 그물 생성을 막는 억제제(PAD4 억제제)를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했고, 이번에 세포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더 정밀한 타격이 가능해졌습니다. 몇 년 안에 암 전이를 차단하는 새로운 병용 요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