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곳에서 건강보험료(건보료)가 줄줄 새는데... 언제까지 퇴직자, 은퇴자가 힘들게 내는 돈에 의존할 것인가?" 직장을 그만 두면 건보료 통지서에 깜짝 놀란다. 평생 허리띠를 졸라 매서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한 사람은 허탈해 한다. 퇴직금으로 생활비를 겨우 충당하는데 건보료가 이렇게 부담을 주다니... 직장인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지만 지역 가입자로 바뀐 은퇴자는 오롯이 혼자서 내야 한다. '가짜' 요양병원(사무장 병원) 적발과 관련된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추진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가짜' 요양병원에서 은퇴자가 힘들게 낸 돈 가져 가는데...적발해도 환수 어려워
국민이 내는 건보료를 불법으로 가져가는 곳이 가짜 요양병원이다. 의사의 명의를 빌려서 돈 벌 목적으로만 운영하는 곳이다. 이런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지급됐다가 환수가 결정된 건강보험 액수가 3조500억 원(2024년 9월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징수율은 7.9%에 불과해 2399억여 원 환수에 그쳤다(국회 법사위 등의 자료). 왜 그럴까? 불법 기관에 대한 수사 기간이 오래 걸려(평균 11개월) 걸리기 때문이다. 가짜 요양병원 운영자들이 범죄수익으로 불린 재산을 은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자체 수사로 범죄수익 빠르게 환수"...특사경 도입 근거는?
건보공단은 내부에 조사 전문 인력이 많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설치하면 수사 기간을 대폭 단축해 범죄수익 환수가 용이하다고 주장한다. 특사경은 수사 기관이 아닌 관련 행정기관에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입법 단계에서 수사권 오남용 방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사 속도에만 매달리다가 인권 침해·권한 남용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현재 계속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협회, 건보공단에 특사경 부여 저지 투쟁...왜?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권한 부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사경 법안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단속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량한 의사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아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사경이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의사회와 약사회를 통해 진행하도록 해 사전에 차단하는 게 보다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건보료 새는 것 어떻게 막나?...은퇴자들의 건보료 경감 정책도 마련해야
건보공단은 오래전부터 특사경 도입을 추진해왔다. 가짜 요양병원이 국민이 낸 건보료를 빼돌리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수익 액수도 너무 크다. 건강보험은 필수의료 증진 등 쓸 곳이 많지만 적자가 눈앞이다. 반면에 지역 가입자의 집, 재산에도 건보료를 매기는 정책은 은퇴자들의 불만을 산 지 오래다. 건강 관리를 잘 해서 1년에 병원 한 번 안 가는 사람은 돈만 날리는 셈이다. 건보료를 아끼기 위해 정든 집을 파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부터 중지를 모아 인권 침해·권한 남용 소지를 크게 줄인 특사경 추진을 논의해야 한다. 빠른 범죄수익 환수를 통해 은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보료 경감 정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