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속에서 쓰는 말과 글이 개인의 성격과 정서 상태를 드러낼 수 있으며, 특히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인 언어 패턴이 포착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리버풀대 심리학자 샬럿 엔트위슬 연구원은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성격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단어 선택과 언어 습관 속에 흔적을 남긴다”며 “짧은 문자부터 SNS 게시글까지, 일상의 의사소통은 중요한 심리적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상 언어가 드러내는 숨은 성격 신호, 언어가 먼저 변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격적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사고, 감정, 행동 패턴이 지나치게 굳어져 일상에 혼란을 주면 감정, 자존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심해지면 성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성격장애는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발전해 공고화되는 개인의 병리적 정서·사고·행동 양식으로, 나르시시즘, 반사회적 인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성격 기능은 스펙트럼 상에 있어 정도만 다를 뿐, 누구나 어느 정도 자기중심성이나 부정적 특성을 지닐 수 있다.
직장, 연애 관계, 온라인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기분 변화, 경직된 사고, 조작적이거나 냉담한 태도 등은 뚜렷한 행동 변화로 나타나기 전에 언어 습관에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진은 이러한 신호를 인지하는 것이 주변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에서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며, 사회생활을 보다 유연하게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일부 극단적인 성격장애 사례에서는 말과 글에서 더욱 분명한 특징이 나타난다. ‘나’를 과도하게 언급하고, 부정적 감정·분노 표현 빈도가 높으며, 욕설과 부정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식이다. 또한 ‘항상’, ‘절대’와 같이 흑백논리를 드러내는 표현을 자주 쓰는 반면, ‘우리’, ‘가족’ 등 타인이나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는 경향이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특정 언어 습관이 사람의 사고 방식을 반영하며, 이 같은 패턴은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특성이라고 본다.
대규모 텍스트 분석으로 확인된 증거
엔트위슬 연구원은 총 네 건의 텍스트 분석 연구를 통해 성격 기능 장애가 언어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봤다.
먼저 2023년 ‘성격장애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Disorder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530명의 참가자가 가까운 관계를 주제로 작성한 에세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성격장애 수준을 평가해 비교했는데, 성격장애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나는 ~해야 한다’와 같이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을 자주 쓰며 문장이 보다 긴박한 어조를 띠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과거 사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과거형 표현이 두드러졌고, ‘몹시 화가 난다’, ‘짜증난다’와 같은 부정적, 특히 분노를 표현하는 어휘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반면 ‘우리, ‘사랑’, ‘가족’처럼 친밀함과 정서적 유대를 표현하는 단어 사용은 눈에 띄게 적었다.
같은 해 ‘정서장애 리포트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Reports)’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앞선 에세이 분석 자료에 더해,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여성을 포함한 64쌍 커플의 대화 내용을 추가로 분석했다.
글과 말 두 영역 모두에서 성격장애 수준이 높은 이들은 부정 정서 단어를 더 자주, 더 다양한 형태로 사용했다. 특별한 갈등 상황이 아닌 평범한 대화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관찰됐으며, 연구진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더 많이 사로잡혀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최근 학술지 ‘npj 정신건강 연구(npj Mental Health Research)’에 실린 또 다른 연구는 온라인 의사소통에 주목했다. 성격장애를 가졌다고 밝힌 992명의 레딧(Reddit) 사용자 게시글 6만 7000건을 분석한 결과, 자해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과 관련해 ‘못한다’와 같은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슬픔과 분노를 나타내는 단어와 욕설도 더 많이 사용했으며, 반대로 타인을 언급하는 빈도는 낮았다. 또 ‘항상’, ‘결코’, ‘완전히’ 등 극단적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방식과 연관된 언어적 특징으로 해석했다.
자기서술 언어에 드러난 정체성·트라우마 흔적
현재 연구진은 성격장애를 가진 동일한 992명의 게시물 약 83만 건과 일반인 945명의 게시물 130만 건을 비교 분석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나는 ~이다’처럼 자신을 서술하는 언어 패턴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에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글을 훨씬 더 자주 올릴 뿐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도 일반인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들의 자기 서술에는 ‘정신건강’, ‘증상’, ‘진단’, ‘약물’ 등 장애·질환 중심 표현이 자주 등장했고, ‘우울하다’, ‘자살 충동’, ‘패닉’ 같은 강한 감정을 담은 표현도 빈번했다.
또한 ‘상처’, ‘고통’, ‘유기’ 등 트라우마 관련 단어를 자주 사용했고, ‘엄마’, ‘파트너’, ‘관계’처럼 중요한 인간관계나 어린 시절 경험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언어 패턴이 정체감 혼란과 정서 조절의 어려움, 관계의 불안정성이 일상 대화 맥락에서도 폭넓게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진단 목적 아니지만 조기 위험 신호 될 수 있어
엔트위슬 연구원은 언어 패턴을 이해하는 목적이 텍스트만 보고 진단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묘한 변화 속에서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조기에 알아채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평소와 달리 메시지에서 긴박한 표현이 반복되거나, 지나치게 극단적인 표현이 늘고, ‘우리’, ‘함께’ 같은 사회적 연결어가 줄어드는 반면, 분노 표현이 크게 증가한다면 정신적 어려움이나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서적 어려움은 겉으로 드러나기 훨씬 전 언어 습관 속에 미묘하게 스며든다”며 “언어는 감정과 사고, 정체성, 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의 단어나 표현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며, 시간에 따른 언어 습관의 변화와 반복되는 패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욕설이나 부정적인 말을 자주 쓰면 정말 성격장애일까요?
A. 단어 몇 개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정 표현·절대적 사고·자기중심적 언어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심리적 어려움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Q2. 어떤 언어 패턴이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나요?
A. ‘항상’, ‘절대’ 같은 극단적 표현 증가, ‘나’를 과도하게 언급, 분노·부정 감정어 빈도 증가, 사회적 연결 표현 감소 등이 대표적입니다.
Q3. 주변 사람에게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곧바로 진단하려 하기보다, 감정·스트레스 상태를 살피고 필요 시 전문적인 상담·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 권장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