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우리 얼어 죽는 거야?”
미국 유타주의 한 험준한 산길, 성인도 오르기 힘든 산행 코스에서 여덟 살 딸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아빠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아빠는 한번 뿐인 경험이라며 산 정상까지 강행군을 시켰다. 아직 어린 세 자녀를 위험한 산으로 데려간 뒤 극한의 기상과 지형 속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아버지의 사건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미카 스미스(31)는 지난 10월 초, 2세, 4세, 8세 세 자녀를 데리고 유타주 빅 코튼우드 캐니언의 브로드스 포크 트레일에 올랐다. 해당 코스는 고도 변화가 크고 날씨 변화가 잦아 하이킹 커뮤니티에서도 ‘고난도’로 분류되는 구간이다. 솔트레이크 카운티 검찰은 “아이를 동반하기에 결코 안전한 산행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스미스는 이 산행이 “9마일(약 14.5km) 혹은 9시간짜리”라고 아이에게 설명했으나, 실제 코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왕복 5마일(약 8km)의 비교적 짧은 거리처럼 보이지만, 2,100피트(약 640m)에 달하는 가파른 고도 차와 암반 구간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산행 도중 날씨가 급격히 악화됐다. 비와 안개, 우박이 섞인 폭풍이 몰아쳤고, 아이들은 점점 지쳐갔다. 딸은 다가오는 폭풍을 보고 하산을 요청했지만, 아버지는 이를 거부하며 “이건 평생 한 번뿐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로 아이들의 엄마 역시 반복해서 하산을 요구했지만, 스미스는 정상에 오르는 것을 선택했다.
해가 진 뒤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아이들은 젖은 옷을 입은 채 체온을 잃기 시작했고, 서로를 끌어안고 버텨야 했다. 딸은 경찰 조사에서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웠다”고 진술했다. 네 살 동생은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고, 두 살 동생은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힌 뒤 의식을 잃었다.
거의 죽어가는 동생에게 여덟 살 아이는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해야 했다. 아이는 “숨을 불어넣고 가슴을 눌렀다”고 진술했다. 의학적으로도 성인이 수행하기 어려운 고난도 응급처치다.
이튿날 새벽, 스미스는 아이들을 산 위에 남겨둔 채 홀로 하산하다 구조대와 마주쳤다. 구조대원들은 그가 아이들의 상태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아이 중 한 명이 죽었다”고 말하는 등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기록했다. 다행히 실제로 아이들은 모두 생존해 있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구조 끝에 발견된 아이들은 정상에서 약 600피트(약 183m) 아래, 바위와 나뭇가지로 바람을 막은 임시 구조물 안에 있었다. 네 살 아이는 두 살 아이 위에 엎드린 채 의식이 없었고, 두 아이 모두 호흡 곤란과 심각한 저체온 상태였다. 구조 당시 네 살 아이의 체온은 약 17도에 불과했다. 이후 그는 뇌졸중을 겪어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는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범죄심리학자 알렉스 이자트 박사는 “이 사건은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라, 통제와 자기중심성이 결합된 강압적 학대 양상”이라며 “아이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부모의 위기를 대신 감당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스미스를 아동 고문 3건, 가중 아동 학대 3건 혐의로 기소했다. 전문가들은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법과 의학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은 살아남았을 뿐, 결과가 달랐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이들의 회복을 위해 장기적인 의료·심리 치료와 안정적인 보호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체온·의식소실·뇌손상까지…어린이들 극한 산행의 의학적 위험
극한의 산악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은 상태는 단순한 추위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중증 저체온증과 그로 인한 전신 손상에 해당한다. 소아는 체온 조절 능력과 에너지 저장량이 성인보다 낮아, 같은 환경에서도 훨씬 빠르게 치명적인 단계로 진행된다.
저체온증은 중심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며, 32℃ 이하부터는 중증으로 분류된다. 이 단계에서는 심장 리듬 이상, 호흡 억제, 의식 저하가 동시에 나타난다. 위 사건에서 구조 당시 보고된 체온인 섭씨 17℃ 수준은 심정지 위험이 매우 높은 치명적 구간에 해당한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혼미와 판단력 저하를 거쳐 의식 소실로 이어지고, 호흡 중추 기능이 억제되면서 호흡수 감소와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뇌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로, 뇌 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반복적인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던 점은 이미 순환, 호흡 기능이 붕괴 단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네 살 아이는 구조 후 뇌졸중을 겪어 두개골 감압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저체온과 저산소 상태가 지속되면 뇌혈류 조절이 무너지면서 출혈 또는 허혈성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아는 뇌가 발달 중이어서 신경학적 후유증 위험이 특히 높다.
하산 중 발생한 머리 외상은 저체온 상태에서 출혈과 뇌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응급의학에서는 이를 저체온과 외상이 결합된 고위험 상황으로 분류한다.
어린이 산행, 도전이 아닌 안전의 문제… 보호자 판단이 가장 중요
자녀에게 도전의식을 주기 위해 산행을 무리하다간 예기치 못한 위험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를 동반한 산행은 성인 기준의 체력이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며, 의학적으로 훨씬 보수적인 안전 원칙이 요구된다.
앞서 설명했듯 소아는 체온 조절 능력과 에너지 저장량이 부족해, 추위·비·바람에 노출될 경우 저체온증과 탈수, 저혈당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기온이 낮거나 기상 변화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산행 자체를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비교적 온화한 날씨라도 방수·방풍이 가능한 복장을 준비해야 한다.
코스 선택에서는 거리보다 난이도와 고도 변화가 중요하다. 성인에게는 짧은 코스라도 급경사, 암반, 노출 구간이 포함돼 있다면 어린이에게는 고위험 환경이 된다. 소아 산행에서는 ‘정상 도달’이 목표가 될 수 없으며, 아이의 체력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산악·응급의학 가이드라인에서 강조된다.
수분과 에너지 보충 역시 핵심 요소다. 어린이는 탈수와 저혈당에 취약해 피로와 판단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난다. 간식과 물은 비상용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섭취하도록 계획돼야 하며, 산행 초반에 식량을 모두 소진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위험하다.
아이의 말과 행동은 중요한 경고 신호다. “춥다”, “무섭다”, “피곤하다”는 표현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위험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며, 반복될 경우 즉시 산행을 중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호자의 판단이 아이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위급 상황에서 아이에게 돌봄이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어린이 산행의 핵심은 도전이 아니라 보수적 판단과 조기 중단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산에서는 성취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보호자의 한 번의 무리한 선택이 생명과 장기적인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남길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