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날씨에 손끝이 저리거나 피부가 창백해지는 경험은 흔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단순한 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일부 사람의 혈액 속 단백질은 낮은 기온에서 굳는다. 이런 응고 현상 때문에 피부가 괴사하고, 콩팥(신장)이 손상되고 신경통 등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받는다. 이런 독특한 희귀병을 ‘한랭글로불린혈증(Cryoglobulinemia)’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랭글로불린혈증의 유전적 연관성과 임상적 다양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사례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병은 단순한 혈액병이 아니라 복합적인 면역병이라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국립대와 미국 예일대∙매릴랜드대 등 연구팀은 자가면역병(자가면역성 혈관염)을 앓은 적이 있는 그리스 여성(82)이 한랭글로불린혈증과 특수 혈액병인 ‘단클론성 감마병증’으로 고통받는 사례를 올해 10월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미국 사례연구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서 “피가 싸늘하게 식어 굳는 한랭글로불린혈증은 자가면역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진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혈액학 및 종양학 저널(Journal of Hematology & Oncology)》에는 인도의 한랭글로불린혈증 환자 3명에 대한 사례가 몇 달 전 보고됐다. 이들 환자 중 1명은 자가면역병, 1명은 혈액병, 1명은 감염병인 C형간염이 주된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폴란드 바르샤바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두 자매가 한랭글로불린혈증에 걸린 사례를 《프런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에 발표했다. 이들은 비감염성∙혼합형 한랭글로불린혈증 환자이고 모두 ‘COPA유전자’(소포체-골지체 단백질 수송 유전자)의 희귀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폐∙관절∙콩팥에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핏속 단백질의 일종인 면역글로불린이 저온에서 응고되는 현상이다. 굳은 면역글로불린은 혈관을 막아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염증을 유발한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제1형은 단클론성 면역글로불린이 원인이며 주로 혈액암과 관련된다. 제2형과 제3형은 혼합형으로, 만성 C형 간염이나 자가면역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1형은 예후가 나쁜 편으로, 10년 생존율이 약 20%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혈액암 치료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제2형과 제3형은 리툭시맙(Rituximab)을 바탕으로 제1형에 비해서는 더 쉽게 치료할 수 있다. 5년 내 재발률은 약 71%로 알려져 있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의 진단에는 혈청학적 검사와 조직학적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은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더 많이 걸리며, 평균 발병 연령은 40~50대다. 지중해 연안 국가, 특히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가 보고된다. 이는 C형간염바이러스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은 과소 보고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희귀성과 복잡성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도 C형간염 환자와 류마티스관절염∙크론병∙전신홍반루푸스∙건선∙제1형당뇨병 등 자가면역병 환자, 혈액병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피가 얼어붙는 병, 한랭글로불린혈증 환자는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혈관이 막히고, 피부가 죽고, 장기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한랭글로불린혈증이란 어떤 병인가요?
A1. 한랭글로불린혈증은 혈액 속 면역글로불린 단백질이 저온에서 응고되어 혈관을 막고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 질환입니다. 피부 괴사, 신장 손상, 신경통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Q2. 한랭글로불린혈증은 어떤 원인과 관련이 있나요?
A2. 이 질환은 혈액암, 만성 C형간염, 자가면역병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제1형은 단클론성 면역글로불린이 원인이며 혈액암과 연관되고, 제2형과 제3형은 혼합형으로 자가면역병이나 감염병이 주요 원인입니다.
Q3. 한랭글로불린혈증은 누구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나요?
A3.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더 많이 걸립니다. 평균 발병 연령은 40~50대이며, 지중해 연안 국가(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