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생리 주기와 정신병적 증상이 밀접하게 연관된 드문 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사례를 《정신의학 및 임상 신경과학 보고서(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Reports)》에 보고한 도쿄도립어린이병원 의료진은 기존 항정신병약에 반응하지 않던 증상이 항경련제로 알려진 약물 투여 후 호전됐다고 밝혔다.
생리 주기 따라 반복된 환청과 망상…조현병 진단, 항정신성 약물 효과 없어
환자는 17세 여성으로, 약 2년 간 반복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그는 극심한 불안감과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렸으며,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망상 증상도 겪었다. 정신질환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초기에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항정신병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치료 기관을 옮겨 치료를 받았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입원치료를 받던 환자의 증상에서 뚜렷한 패턴이 관찰됐다. 생리 며칠 전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시작된 증상이 이후 ‘소리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는 감각과 망상적 생각으로 악화됐으며, 생리가 끝나자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음 생리 주기에도 유사한 양상이 반복됐다. 항정신병 약물 용량을 늘렸음에도 증상은 생리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다, 생리가 끝나면 사라졌다. 세 번째 주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진단을 재검토했다.
항경련 치료제 ‘카르바마제핀’ 투여 후 증상 소실
의료진은 증상과 생리 주기 간의 뚜렷한 연관성에 주목해 항경련제이자 기분 안정제로 쓰이는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을 처방했다.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용량을 늘린 결과, 환자의 환청과 망상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항정신병약과 항우울제는 중단했으며, 외래 추적 관찰 기간 동안에도 증상은 재발하지 않았다.
명확하지 않은 발병 기전…에스트로겐 변화가 단서일 가능성 제기
생리 주기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정신병은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생리 주기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주로 짧은 기간 나타났다 사라지며,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100건이 채 되지 않을 만큼 드물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생리 주기 후반기에 나타나는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가 뇌의 도파민 활동을 변화시켜 정신병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증상이 생리 주기 중 다양한 시점에 나타나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사례에서 치료제로 카르바마제핀을 선택한 것은 환자의 연령과 다른 약물의 장기적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다. 의료진은 이 약물이 뇌의 신경 전달 활동을 조절해 신경 흥분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단일 환자에 대한 증례 보고로,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희귀 질환에 대한 임상 패턴을 제시하고 치료 방향을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학적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