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사타구니가 타는 듯한 통증 때문에 얼음 팩 3개를 깔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원인은 질염에 의한 심각한 신경 손상. 이 증상을 겪는 34세 여성의 사연을 영국 일간 더선 등이 소개했다.
런던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필리파 베인즈는 반복된 질염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돼 일상과 관계, 직장생활 모두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질염을 가볍게 보지 마라. 평생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의 증상은 흔한 ‘칸디다성 질염’에서 시작됐다. 칸디다 질염은 여성의 약 75%가 평생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질환으로, 진균(곰팡이)인 칸디다 알비칸스가 과증식해 가려움, 작열감, 분비물 증가를 유발한다. 대부분은 질내 좌약(클로트리마졸 등)이나 항진균제 복용으로 수일 내 호전된다. 하지만 필리파의 경우, 2022년 9월부터 약물 내성이 생기면서 염증이 장기간 지속됐고, 결국 외음부 신경 손상으로 발전했다.
약물 내성 질염, 신경통으로 번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반복성 질염은 1년에 4회 이상 발생할 때 진단하며, 약물 내성이나 비정형 균종이 원인이 될 수 있다. 2023년 ⟪British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반복성 질염 환자의 9~15%가 기존 약제에 내성을 보이며, 일부는 신경 손상 및 통증 증후군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다.
필리파는 처음 일반약으로 치료했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개인병원 진료에서 세포용해성 질염으로 오진돼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항생제는 질내 정상균총인 락토바실리를 감소시켜 칸디다 과증식을 촉진했으며, 통증은 10점 만점 중 6점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후 2024년 8월, 외음부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외음부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반복된 감염·신경 손상·호르몬 불균형·국소 염증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외음부통증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외음부 부위의 원인 불명 통증으로, 신경 손상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필리파는 “9개월을 기다려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일반의들은 외음부통증증후군을 모르거나, 질염이 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피부과학회와 외음부통증학회도 “여성 생식기 통증 질환이 교육 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그는 신경억제제와 펄스 고주파 신경치료 등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그는 현재 밤에 얼음팩 세 개 없이는 잠을 못 잘 정도다. 필리파는 통증 조절을 위해 냉찜질과 생활 관리로 버티고 있다. 그는 “술도 못 마시고, 결혼식 날도 고통 때문에 제대로 웃지 못했다”며“질염을 단순한 ‘여성의 불편함’으로 치부하지 말고, 생식 건강의 중요한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질염, 여성의 절반이 겪지만 가볍게 봐선 안돼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질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닌 건강의 경고 신호다. 질 내부는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가 산성 환경을 유지해 병원균 침입을 막는다. 하지만 피로, 스트레스, 항생제 복용, 호르몬 변화 등으로 균형이 깨지면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며 염증이 생긴다.
대표적인 질염은 세 가지다. 곰팡이성 질염(칸디다 질염)은 하얗고 덩어리진 분비물과 가려움이 특징이고, 세균성 질염은 비릿한 냄새와 회색빛 분비물이 동반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거품 섞인 분비물과 심한 가려움을 유발하며, 성접촉으로 전염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질염 및 외음부염으로 진료받은 여성은 약 167만 명에 이른다. 특히 여름철(6~8월)에 진료 건수가 급증하는데, 이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꽉 끼는 옷, 운동복 착용, 장시간의 습기로 인한 질 내부 통풍 저하와 관련 있다.
국내 한 건강보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70%가 질염을 경험했고, 40%는 재발을 겪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재발성 질염은 단순 감염이 아니라 질내 생태계의 불균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생활습관, 면역상태, 질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염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다. 항생제 복용은 질내 정상세균을 파괴해 칸디다균의 과증식을 유도한다. 또한 당뇨병, 임신, 피임약 복용 등 호르몬 변동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 꽉 끼는 하의, 나일론 속옷, 질세정제의 남용 등 생활습관 요인도 질 내 산성도를 높여 감염을 유발한다.
치료는 원인균에 따라 달라진다. 곰팡이성 질염은 항진균제(플루코나졸, 클로트리마졸 등), 세균성 질염은 항생제(메트로니다졸 등)로 치료한다. 하지만 약물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다면 면역력 강화와 질내 미생물 균형 회복을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질염을 방치하면 외음부 신경 손상이나 만성통증증후군(외음부통증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질염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단순한 여성의 불편함이 아니라 신체의 이상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통풍이 잘되는 면 속옷 착용, 질세정제의 과다 사용 자제, 운동 후 속옷을 즉시 교체하고, 배변 후 앞에서 뒤로 닦는 위생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자가치료보다 전문 진료를 통한 균 감별 검사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