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 (수)

2차성징 후 3년 생리 없는 소녀⋯자궁 없고 난소만 있는데, 어쩌지?

4500명당 1명꼴 ‘MRKH 증후군’ 환자⋯최근 자궁이식, 질 확장·재건술 등 활발해 그나마 희망적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성 환자가 심각한 얼굴로 검사 결과를 듣고 있다. 가슴과 체모 등 2차 성징이 나타난 지 3년이 지나도록 생리를 하지 못한 사례가 보고됐다. 검사 결과 이 환자는 자궁이 아예 없고 질도 일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이런 환자를 위한 자궁 이식, 질 성형 등 치료법이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5세의 중동계 미국 소녀는 가슴과 체모 등 2차성징이 나타난 지 3년이 지났으나 첫 생리(초경)를 하지 못했다. 이 사춘기 소녀 환자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찬 부모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미국 브루클린 머시 메디컬 케어 소아과·내과 연구팀에 의하면 이 환자는 심한 다이어트나 무리한 운동을 한 적이 없었다. 아랫배 통증을 주기적으로 느끼거나 어떤 만성병을 앓지도 않았다. 키와 체형도 정상적으로 자라 부모는 그저 ‘성장이 좀 더디겠거니’ 생각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만 15세가 되도록 무월경 상태가 이어졌다. 환자는 잔뜩 불안해진 부모와 함께 병원 진료실로 들어왔다. 혈액 검사 결과, 난포 자극 호르몬(FSH)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에도 이상이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2차 성징과 체내 호르몬 균형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밀 골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초음파 검사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난소는 양쪽 모두 정상적으로 존재해 난포를 키우고 배란 후 생기는 황체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품는 장기인 자궁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정상적인 여성 염색체(46, XX)와 난소를 지녔지만, 태아 때 생식관 형성 장애로 자궁과 질의 일부가 없이 태어났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마이어-로키탄스키-큐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미국 브루클린 머시 메디컬 케어 소아과·내과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She Never Had a Period: A Case of Mayer-Rokitansky-Küster-Hauser Syndrome)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MRKH 증후군은 태아 발생 5~6주 무렵 여성 생식기로 발달해야 할 ‘뮐러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해 발생한다. 여성 신생아 약 4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국내 유병률도 이와 비슷한 4000~5000명당 1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병 환자는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 헬프라인’에 공식 등록돼 관리를 받는다.  

이 선천성 희귀병의 가장 큰 함정은 정상적인 겉모습이다. 난소의 기능은 정상이어서 성호르몬이 정상 분비된다. 이 때문에 가슴 발달, 음모 형성 등 2차 성징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일어난다. 해당 청소년과 부모는 체질적인 생리 지연쯤으로 착각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의학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난 뒤 3년이 지나도록 생리가 없거나, 만 15세까지 초경이 없는 경우 ‘원발성 무월경’으로 분류된다.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반드시 골반 초음파나 MRI 등 정밀 영상 검사로 생식기 내부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MRKH 증후군 진단은 사춘기 청소년과 가족에게 심한 심리적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신체적 결손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기 쉽다. 하지만 난소 기능은 살아있으니, 환자 본인의 난자를 채취해 유전적 자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이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던지고 있다. 환자의 성생활을 돕기 위해 비수술적인 질 확장기 요법이나 질 재건술(성형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뇌사자나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기증받아 출산에 성공하는 ‘자궁이식 수술’ 사례도 전 세계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궁이식 성공 사례가 나왔다.

이번 사례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사춘기 자녀가 겉으로 건강해 보이고 2차 성징이 뚜렷하더라도, 만 15세가 넘도록 초경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냥 넘겨선 안 된다. 혈액 검사상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라는 결과에 안도하며 진단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서둘러 산부인과 전문 진료와 골반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선천적인 해부학 이상 여부를 일찍 확인해야 조치를 제대로 취할 수 있다. 민감한 청소년기 환자의 정서적 충격을 줄이고 장기적인 삶과 미래를 준비하게 도울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궁이 없는데 2차 성징(가슴 발달, 체모 등)이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여성의 2차 성징을 유도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자궁이 아니라 난소에서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MRKH 증후군 환자는 자궁과 질 상부가 발달하지 않았을 뿐 난소는 정상적으로 기능합니다. 호르몬 분비와 신체 성숙은 일반 여성과 똑같이 진행됩니다.

Q2. MRKH 증후군 환자도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가질 수 있나요?

A2. 네, 가능합니다. 본인의 난소에서 건강한 난자가 정상적으로 성숙하므로,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성공 사례가 잇따르는 자궁이식 수술로 직접 임신과 출산에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Q3. 청소년기 자녀가 생리를 하지 못할 경우, 언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3. 만 13세까지 가슴 발달 등 2차 성징이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2차 성징이 시작된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초경이 없는 경우, 2차 성징 발달 여부와 관계없이 만 15세까지 첫 생리가 없다면 즉시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골반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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