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치과의사가 탈모제 주문해 복용하면 면허 외 의료행위일까?

[박창범 닥터To닥터]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의료행위 타인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하는 경우를 ‘무면허 의료 행위라’고 한다. 문제는 무면허 의료 행위는 단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한 것만이 아니다.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꼭 집어 ‘면허 외 의료 행위’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의사가 발치나 스케일링을 하거나, 한의사가 맹장수술을 하거나, 의사가 침을 놓으면 면허 외 의료 행위가 된다.

문제는 의료법이 각 의료인의 면허된 의료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 면허에서 허용된 의료 행위이고 어디부터 면허 외 의료 행위인지에 대한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을 치과의사가 주문하여 자신만 복용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도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할까? 최근 이와 관련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치과의사 A는 의사만이 처방가능한 전문의약품인 탈모제를 주문하여 본인이 복용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보건복지부는 A에게 면허 외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45일의 행정처분을 하였다. 이에 A는 전문의약품을 주문하여 본인이 복용하는 행위는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치과의사가 자신의 몸에 의약품을 투약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면허 외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이유는 타인의 생명과 신체, 공중위생에 대한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한 의료행위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인이라 해도 면허 범위를 벗어난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구입하는 것은 일반인이 전문의약품을 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입법을 통해 따로 규제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이유로 치과의사 A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2025. 8. 29. 선고 2024구합87898 판결)

정리하면 비록 치과의사라도 자신이 복용하기 위해서라면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을 주문하여 복용할 수 있다. 이는 판결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무면허 의료 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의료 행위 타인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자신에 대하여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자기의 신체에 대한 투약까지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마약류의 경우는 처벌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습관성 및 의존성이 있거나 오남용의 우려가 있는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지시 또는 감독에 따라 엄격히 사용되어야 하며 한의사나 치과의사라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전문의약품이 한의원이나 치과의원에 공급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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