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아내 없이 살 수 없어, 같이 죽게 해줘”…부모의 소원 들어준 딸, 무슨 사연?

워싱턴주 ‘존엄사법’ 아래 손잡고 세상을 떠난 노부부

사랑하는 부모의 마지막 소원인 '동반 죽음'을 직접 도와야 했던 한 딸의 사연이 전해졌다. 노부모와 딸 코린(하단) 사진=코린의 SNS

부모의 마지막 소원인 '동반 죽음'을 직접 도와야 했던 한 딸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코린 그레고리 샤프(61)는 2021년, 말기 심장질환을 앓던 어머니 에바(92)와 평생을 함께해온 아버지 드루스(95)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의 ‘의료적 조력 죽음(Medical Aid in Dying·MAID)’을 도왔다.

그보다 몇 년 전, 에바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을 받지 않으면 길어야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에바는 수술을 거부하며 “삶의 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류를 내보내는 판막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차단되는 질환으로, 심부전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후 2021년 봄 에바는 낙상으로 입원한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는 워싱턴주의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에 따라 MAID를 신청했다.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아버지 드루스는 아내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평생 죽음을 두려워했던 그는 “아내가 먼저 가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물으며, 끝내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 뇌졸중 병력이 있던 그는 추가 발작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조력 죽음 승인을 받았다.

부부는 마지막 한 주 동안 오히려 평온했다. 코린은 부모와 함께 살며 그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만들고, 가족이 함께했던 추억을 나누었다. 세 사람은 샴페인을 마시며 웃었고, “생일이나 명절은 피하자”며 8월 13일 금요일을 마지막 날로 정했다. 전날 밤, 그들은 ‘마지막 해피아워’라 이름 붙인 시간을 함께 보냈다. “엄마는 ‘같이 누워 자자’고 말했고, 나는 그 옆에 누워 손을 잡았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밤이었다”고 코린은 회상했다.

다음날 아침, 약물이 준비됐다.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음악을 들었다. “그들은 직접 약을 마시고 10분 후 잠이 들었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코린은 “그들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갔다.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이후 코린은 부모의 이야기를 공개하며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존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이 무너진 환자에게 스스로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린은 “엄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아빠는 엄마 없는 삶을 두려워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가장 두려운 일을 함께 이겨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사랑의 완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직 논쟁 중인 조력 죽음…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
미국에서는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만 조력 죽음이 합법화돼 있으며, 환자 본인의 의지 확인과 의학적 심사가 엄격히 진행된다.

최근 영국에서도 ‘조력사(Assisted Dying) 법안’이 논의 중이다. 이 법은 6개월 이하 생존이 예상되는 말기 환자가 두 명의 의사와 사회복지사, 정신과의사, 법률 전문가의 승인을 받아 조력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학협회(WMA)와 의료윤리학계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존엄사’가 이미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임박한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도록 허용하는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른바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스스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를 통해 무의미한 의료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존엄사(적극적 안락사)’는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서는 조력존엄사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에 조력존엄사 관련 조항이 새롭게 포함돼 발의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2월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조력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해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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