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고 두피 마사지를 받는 시간은 대부분 편안한 휴식 시간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세면대에 머리를 얹고 장시간 뒤로 젖히는 자세가 척추동맥을 압박하거나 손상시켜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미용실 뇌졸중 증후군(beauty parlor stroke syndrome, BPSS)’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 목이 과도하게 뒤로 신전되며 발생할 수 있는 혈관 손상으로, 드물지만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목의 척추동맥 압박이나 박리, 경동맥 손상으로 발생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BPSS는 1993년 뉴욕의 신경학자 마이클 와인트라웁 박사가 ‘뇌줄중(Stroke)’ 저널에 5건의 사례를 발표하며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2025년 5월 《미국응급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 실린 문헌 검토에 따르면, 지난 48년간 총 54건의 BPSS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42건이 미용실 시술과 관련이 있었고 8건은 치과 치료 중, 나머지 4건은 다른 상황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신경학적 응급상황 가운데, BPSS는 그 독특한 병인뿐 아니라 일상적 행위인 머리 감기에서 촉발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밝혔다.
BPSS는 주로 목이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목 뒤쪽을 지나는 척추동맥 또는 목 옆을 지나는 경동맥이 압박되거나 찢어질 때 발생한다. 이때 혈관벽 일부가 찢어지며 그 사이로 혈액이 스며들어 혈전이 형성되고, 이 혈전이 뇌로 이동하며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세계신경외과학회지(Journal of Neurosurgery: Spine)》에 보고된 일본 증례에서는, C1(첫 번째 경추) 부위의 골극(osteophyte)이 목을 뒤로 젖힐 때 척추동맥을 직접적으로 압박해 증상을 유발한 사례도 있었다.
미용실 다녀온 후 2주 후 뇌졸중 증상 경험…혈관벽 찢어짐으로 혈전 형성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던 엘리자베스 스미스라는 40대 여성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고 약 2주 뒤 뇌졸중 증상을 겪었다. 그는 세면대에서 목이 과도하게 젖혀진 자세로 머리를 감았고, 이후 불안정한 걸음걸이, 왼손 운동 기능 저하, 왼쪽 눈 시력 손상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그는 척추동맥 박리로 인해 혈전이 형성됐고, 이 혈전이 뇌로 이동하며 뇌졸중을 일으켰다.
미용실서 머리 감은 뒤 어지러움 시작됐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BPSS의 증상은 전형적인 뇌졸중 증상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만약 고개를 뒤로 젖혀 머리를 감은 뒤 △신체 한쪽, 특히 얼굴과 팔다리에 생기는 마비 또는 약화 △어지러움 △균형감각 상실이나 보행 곤란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야 흐림이나 복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말이 어눌해지거나 삼키기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BPSS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된 것은 어지러움, 균형감각 이상, 두통이다. 단순 뇌 영상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고, 혈관 구조 및 혈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이나 CT 혈관조영술 등이 진단에 유용하다.
치료는 손상 양상과 정도에 따라 혈전 예방이나 제거를 위한 항혈소판제 또는 항응고제, 막힌 동맥에 혈류를 회복시키기 위한 스텐트 삽입, 필요한 경우 수술이 이루어진다. 예후는 매우 다양해, 일부 환자는 완전히 회복되지만 일부는 지속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보고된다.
머리 감을 때 목 아래 쿠션 등으로 지지해야
BPSS 위험이 있다고 해서 미용실에 발길을 아예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목의 과신전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감을 때 목이 지나치게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돌돌 만 수건이나 쿠션 등을 목 아래에 받쳐 지지하거나, 앉은 상태에서 스프레이형 샴푸를 사용하거나 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또한 머리를 감는 중 불편함이 느껴지면 즉시 미용사에게 알려 중단하도록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혈관질환이 있다면 시술 전 미용사에게 알려 다른 방식으로 머리를 감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