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니 예전보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부모님의 기억력이 평소보다 떨어졌다고 느껴지면 자녀들은 ‘혹시 치매는 아닐까’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치매라고 섣불리 의심하기보단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느 정도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치매를 하나의 병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닌 인지기능 저하에 따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수면의 질 저하’와 ‘수면 장애’도 치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병원을 찾기 전에 부모님의 수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치매 조기 발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전반적인 뇌 대사 기능과 노폐물 처리 능력을 저하해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특히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축적돼 수면 욕구를 촉진하는 ‘아데노신’의 대사 활동이 교란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대사산물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영국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30% 높았다.
이 교수는 “숙면은 잠을 자는 동안 깨지 않고 깊은 수면에 들어가 뇌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으로 숙면을 위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조용하고 안락한 환경은 치매 예방의 필수”라며 부모님의 수면 상태 확인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또한 치매라고 의심이 되더라도 병원을 찾기도 전에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매의 원인은 70여 가지에 이르는데, 이 중 일부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상압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과도하게 생성된 뇌척수액을 배액해주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또한 갑상선 저하증에 의한 인지장애는 갑상선 호르몬 제제 복용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어 “전체 치매의 약 10% 정도는 유발 원인을 치료했을 때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장애가 의심된다면 신경심리와 뇌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의 특수한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세심한 관찰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