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한다…집단미술치료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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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상담 미술치료 프로그램 마지막 순간. 각자가 그린 그림을 조합하자 기운찬 수탉 그림이 나타났다. 사진=최승식 기자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각자 그 순간을 글로 적은 뒤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집단상담 리더의 말이 끝나자 공간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 이윽고 참가자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글로 적고, 낯선 흰 선이 그려진 사포 위에 그림을 채워 넣었다. 따로 보면 작은 그림조각들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림을 모으자 기운찬 수탉의 형상이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 40대 참가자는 “내가 그린 건 작은 조각이었는데, 그게 닭의 눈이 될 줄은 몰랐다”며 “내 기억이 하나의 생명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씨앗 같은 선을 보며 “심리상담사로서의 삶을 꿈꾸는 내 마음을 담았다.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누군가에게 쉼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미술치료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메모한 후 각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성동구 마음에봄심리상담센터에서 열린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 보통 6~12명으로 구성된 집단미술치료는 미술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며,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적 힘을 얻는 심리치료 방식이다. 언어 표현의 한계를 넘어 자기 통찰을 돕고, 관계 형성·공감 능력·심리적 안정·자아존중감 증진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집단미술치료의 대표적 기법 중 하나가 ‘집단화(Group Art Making)’다. 참가자들은 전체 그림을 미리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조각에만 집중한다. 그림 속 흰 선은 개별 작업의 지침이자 전체 그림을 잇는 연결선이다. 각자의 경험이 조각으로 표현되고, 그것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참가자들은 “내 삶이 공동체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집단미술치료 참가자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을 종이에 적었다. 사진=최승식 기자

전문가들은 집단미술치료가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관계 속에서 치유를 경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옥 마음에봄심리상담센터장(서정대 겸임교수)은 “사포의 거친 질감이나 흰 선 같은 낯선 재료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만든다”며 “혼자였다면 꺼내지 못했을 감정도 집단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치유와 통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마음에봄심리상담센터에서 열린 집단미술치료 현장. 이미옥 센터장이 참가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실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 상실을 경험한 성인 여성 12명을 대상으로 한 ‘애도중심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은 우울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12주간 주 1회, 회당 80분씩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은 상실감을 표현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집단미술치료가 열린 심리센터에 전시된 그림. 이 그림 역시 참가자들의 소중한 순간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사진=최승식 기자

아직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집단미술치료. 그러나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주고,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면서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과 노년층까지 폭넓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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