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전공의 복귀하자 공백 메웠던 간호사는 재배치…왜 야박한 결정을 할까?

[김용의 헬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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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자 힘들게 '대행' 역할을 했던 PA 간호사들을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공의들이 지난해 2월 집단 사직했을 때 누가 그 공백을 메웠을까? 바로 간호사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PA 간호사다. PA는 진료 지원(Physician Assistant)의 줄임 말로 주치의(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다. 수술 준비부터 수술 보조는 물론, 수술 부위 봉합 등 의사 업무의 일부도 담당한다. PA 간호사들은 전공의 ‘대행’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숙련도가 좋아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다.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린다”?

PA 간호사들은 이제 ‘토사구팽’의 처지에 놓여 있다. 토사구팽(兔死狗烹)은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린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원래는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섬뜩한 뜻이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자 PA 간호사들을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예전의 간호부서로 돌려보냈거나 새로운 보직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PA 간호사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린다’는 옛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갑자기 수술실에 투입되어 1년 7개월이나 힘들게 일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전공의 업무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를 버리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같은 반발은 노동조합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다. 전공의 복귀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업무가 서로 겹치기 때문에 사전에 매끄럽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파열음이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의료계의 해묵은 직역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환자나 가족들의 불안감도 높은 이유?

주로 수술실에서 일했던 간호사 일부가 전환 배치될 것으로 알려지자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PA 간호사의 숙련도와 손재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환자 가족들의 선호도가 높다.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 사직 후 미용의료 분야의 동네병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1년 7개월이나 수술 업무를 놓은 것이다. 이런 전공의가 복귀해 다시 중환자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시험에 합격했지만 경험과 숙련도 면에선 PA 간호사에 뒤떨어지는 경우도 일부 있는 게 사실이다.

PA 간호사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전공의와 간호사 간의 갈등,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됐다. PA 간호사를 교육할 전문기관 구성을 놓고 현재도 의사, 간호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간호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PA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시술·처치·수술 지원 등 7개 분류 43개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PA 간호사의 전환 배치 목적이 돈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일고 있다. 전공의들을 예전대로 저임금으로 활용해 병원의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일부의 주장이지만 서로의 신뢰가 깨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대표되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이제 대변화가 불가피하다. 온갖 잡일을 감내하며 의료 술기를 배우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도제식 시스템이 이제 한계에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공의 노조 혹사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변화의 신호탄은 전공의 노동조합이 쏘아올렸다. 3000여 명이나 가입한 전공의 노조는 14일 출범식을 열고 노동조합 설립을 알렸다. 노조는 선언문에서 “전공의 혹사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겠다. 비인간적인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전공의법을 신속히 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원들은 “전공의도 의사이기 전에 노동자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는 노동줄이고 수련에 집중해야가능할까?

의정 갈등 기간 동안 일반 시민들도 전공의들의 열악한 현실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엄정한 군기가 생명인 군대에서도 막말은 물론 반말도 절제하는 시대이다. 전공의 노조는 요구사항에 ‘전공의에 대한 폭언과 폭행 근절’도 내걸었다. “아직도...”라며 깜짝 놀라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군을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조직문화가 변했는데, 의료계만 뒤처진 느낌이다. 이제 전공의들은 ‘노동’을 줄이고 ‘수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병원 경영진이 모험을 감수하고 PA 간호사들을 그대로 두고 전공의들은 배움에 집중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엄청난 대변혁이다. 미국처럼 입원 전담 전문의가 더욱 활성화되면 전공의 혹사 얘기가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병원도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이다. 병원 경영진의 평가는 돈과 직결되어 있다.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바꾸려면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린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병원 경영진의 섬세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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