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흔한 보습제 때문에? 난로 켜다 옷에 불붙어 숨진 89세 노인

연화제 성분, 의복에 스며들면 화재 위험 크게 높여…“대중 인식 제고 필요”

전문가들은 의류와 섬유에 연화제 성분의 잔여물이 쌓이면 화재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보습제 성분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영국에서 발생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우스요크셔 맥스버러에 거주하던 제임스 로운슬리(89)는 지난 2월 가스 난로를 켜던 중 입고 있던 옷에 불길이 옮겨 붙어 중화상을 입고 숨졌다. 조사 결과,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연화제(emollient) 성분이 옷과 소파 표면에 남아 있었고, 이 잔여물로 인해 불길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후 손녀 셰리-리 히긴스는 “할아버지는 늘 가스 난로를 사용하셨지만, 다리에 바르던 크림이 그렇게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제품을 쓴다면 반드시 화재 예방 수칙을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화제 성분, 불꽃 접촉 시 발화 위험 커…물세탁만으로 잔여물 완전 제거 어려워

연화제는 보습제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로, 각질층 사이 틈을 메워 피부에 수분을 더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 자체로는 인화성이 없으나, 잔여물이 의류나 침구에 흡수되면 불꽃과 접촉 시 발화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잔여물은 물세탁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사우스요크셔 동부 검시관 니콜라 먼디는 “소방 당국이 의료진 등 협력 기관에 연화제 사용과 관련한 위험성을 알리려 노력했지만, 충분히 인지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5년간 영국에서 연화제와 관련한 화재로 최소 50명이 숨졌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화제 사용자, 관련 위험성 인지하고 주의해야

사우스요크셔 소방구조본부 역시 “연화제 자체는 인화성이 없지만, 의류와 섬유에 잔여물이 쌓이면 화재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며 “연화제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흡연을 피하고, 난로나 가스레인지, 촛불 등 화염 근처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 연구팀은 “파라핀이 50% 이상 함유된 연화제만 위험하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모든 연화제가 화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드몽포르트대학 연구진도 다양한 연화제와 섬유 소재를 비교 분석해, 서로 다른 제품이 섬유와 상호작용해 어떻게 화재 위험을 높이는지 규명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소방청협의회(NFCC)는 2018년부터 파라핀 함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연화제 제품 라벨에 화재 위험 경고 문구를 삽입할 것을 권고해왔다. 또 NFCC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청(MHRA) 및 학계와 협력해 안전 지침을 마련하고, 2020년부터 ‘Know the Fire Risk(화재 위험 알기)’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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