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슈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기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과 다른 작용을 하는 '아밀린 유사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 약물은 식욕을 조절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는 특성을 지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체중 감량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슈는 12일(현지시각) 덴마크 바이오기업 질랜드 파마와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로슈는 질랜드 파마에 16억5000만 달러(약 2조3900억 원)의 선급금을 포함한 향후 최대 36억 달러(약 5조2200억 원) 규모의 성과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로슈는 질랜드 파마가 개발 중인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에 대한 공동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페트렐린타이드는 지난해 9월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4)에서 임상 데이터가 공개된 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가는 이번 계약을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단일 자산 기준 최대 규모의 선급 현금 지급 사례”로 평가하며 “단독 요법은 물론 GLP-1 계열 약물과 병용 시 더욱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슈는 이미 지난해 말 바이오기업 카모트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27억 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를 통해 GLP-1 계열 후보물질 ‘CT-388’(실험명)을 포함한 경구용 및 주사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질랜드 파마는 지난해 말 과체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페트렐린타이드의 2b상 연구를 시작했으며,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도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1년 이상 단독 투여 시 체중이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로슈의 CT-388과 병용하면 더욱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GLP-1과 아밀린 유사체 복합제 ‘카그리세마’(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의 3상에서 예상보다 낮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당초 25% 감량을 기대했으나 실제 데이터는 이를 밑돌았다.
이에 질랜드 파마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데이비드 켄달 박사는 “페트렐린타이드는 카그릴린타이드 대비 최대 용량과 생체 이용률에서 우위를 갖는다”며 “GLP-1 계열과 병용하면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