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사는 커플, 케이(Kei_자칭 개)와 G(자칭_고양이)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공 던지기 놀이를 즐기고, 반려동물용 물그릇에서 물을 마시기도 한다.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자신을 개와 고양이로 확신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커플의 독특한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 트룰리TV(Truly TV)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 영국 일간 미러가 보도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08년, 10대 시절 온라인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며 빠르게 가까워진 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이 보통의 커플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G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자신도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느낀다고 생각했다. 반면, 케이는 자신이 개의 성향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고민 끝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양이'와 '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6년째 개와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반영하기 위해 연애 초반부터 목줄을 착용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목줄을 하고 다닌다. 공원에서는 함께 공 던지기 놀이를 하고, 때로는 반려동물용 물그릇에서 물을 마시며 서로를 반려동물처럼 대한다. 케이는 감정을 표현할 때 '으르렁'거리거나 '낑낑'대고, G는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며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공원에서 이들을 본 부모들은 깜짝 놀라며 아이들의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길거리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들은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심지어 이들에겐 ‘죽이겠다’는 협박 메시지까지 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남들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반응이 그들에게 더욱 자신을 표현할 용기를 준다고 말한다. 케이는 “사람들은 우리가 개와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걸 이상하게 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말했다.
이들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떤 이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이는 “이상하긴 하지만, 이들이 행복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응했다. 반면 일부는 “사적인 영역에서 할 일을 굳이 대중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G는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는 그저 사랑을 나누고 있을 뿐이에요. 미워하는 대신, 사랑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케이 또한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평범하다”며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뜻을 밝혔다.
개와 고양이로 살아가는 이 커플은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개와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것도 우리만의 행복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동물로 인식하는 심리...단순한 역할 놀이 아니면 정신병리적 상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개와 고양이로 자아를 인식하는 것이 단순한 역할 놀이인지, 심리적 안정의 수단인지, 혹은 정신병리적 상태와 관련된 것인지에 궁금해 할 수 있다.
자신을 특정 동물과 동일시하는 현상은 정신의학에서 ‘종성 불쾌감(Species Dysphoria)’과 관련된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신의 본질적인 정체성이 현재 속한 종(species)과 다르다고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이 생물학적 성과 자아 정체성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종성 불쾌감도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다른 종에 더 가깝다고 믿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러한 감정은 보통 어릴 때부터 특정 동물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 경험과 관련이 있으며, 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이나 정체성 혼란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테리언스(Therians)’라는 문화적 현상도 있다. 테리언스는 자신이 정신적으로 동물과 동일시된다고 믿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1990년대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이들은 특정 동물의 행동 패턴이나 심리를 공유한다고 느끼며, 일부는 ‘변신(Shift)’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감각이 실제 동물처럼 변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관련 문화로 ‘펄리(Furry)’가 있다. 펄리는 동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서브컬처로, 동물 의상을 입거나 특정한 성격을 표현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럼 자신을 특정 동물과 동일시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 탐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으며, 단순한 역할 놀이나 심리적 안정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현실의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체 정체성을 형성한다. 특정한 역할 수행을 통해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거나,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면 이형성 망상 등 정신병적 상태로도 볼 수 있어
만약 이러한 정체성이 단순한 자아 탐색을 넘어서 현실과의 괴리를 초래한다면, 정신병리적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이형성 망상(Species Identity Delusion)’은 자신의 신체적 형태와 본질이 다른 종과 같다고 확고하게 믿는 심각한 망상 상태를 의미한다. 조현병(Schizophrenia)이나 망상 장애(Delusional Disorder)의 일부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현실 인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개와 고양이로 살아가는 위 커플의 사례에서는 사회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단순한 역할 수행의 개념으로 보이기 때문에 병리적인 상태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정체성이 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만약 이들이 이러한 정체성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서로의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며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단순한 개인의 개성과 삶의 방식으로 존중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이 심해지거나, 현실 감각이 흐려져 직업적·사회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보다 심층적인 정신과적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