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 보람이다.
사연은 이렇다.
그녀는 매우 어려운 선천성 복잡 심기형(심실중격 결손을 동반한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증, 일명 Taussig-Bing anomaly)을 가지고 태어났다[사진1].


그러나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할 때마다 의료진과 부모님은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철이 들어 알게 된 사실은 좌심실과 우심실의 역할이 뒤바뀌었고, 심장 기능이 오래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스물 넷에 심장 판막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개심 수술을 받았다. 삼첨판막을 인공 조직 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이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겉으로는, 키 165 cm, BMI 21 kg/m2로 스스로도 만족스러울 만큼 건강해 보였고 아름다웠다. 결혼과 함께 아이를 갖기 원했으나, 예비 산모의 건강을 위한다면,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도전은 피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가졌고, 너무나 감사한 결과를 선물 받은 것이다.
출산 후 2년이 지나 다시 개심 수술을 받았다. 12년 동안 사용했던 인공 조직 판막의 수명이 다해 새로운 인공 판막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실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고 폐동맥 고혈압도 시작되었다고 했다[사진3].

감사할 따름이다.
@ 무엇이 문제였나?
1988 년 무렵에 이처럼 어려운 선천성 심장병에 대하여 이렇게 복잡한 수술 방법으로 백일 된 아기를 살린다는 것은 기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심실중격 결손 봉합과 동맥 치환술이 답이다[사진4]. 수술 자체의 어려운 고비만 잘 넘기면 이 환자의 경우에서 보이는 삼첨판막 문제와 뒤바뀐 심실의 기능 저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은 우리나라에서 동맥 치환술의 첫 성공은 1986년이라는 사실이다.

@ 좌심실과 우심실, 무엇이 다른가?
기능적으로 다르다.
우심실은 폐로 혈류를 보낸다. 우심실에서 폐로 가는 길은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저항도 낮다. 기본적으로 폐는 공기 주머니 이기 때문이다(평상시 폐동맥 압력: 30/15 mmHg).
좌심실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에서도, 물 속에서도, 하늘 높이 올라가 있어도, 혈류를 확실히 보내야 한다. 먼 거리를 가야 하며 말초 혈관으로 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지고 구불구불해진다. 즉 좌심실이 감당해야할 저항이 높아진다(평상시 대동맥 압력: 120/80 mmHg).
따라서 양심실은 구조적으로 다르게 만들어졌다[사진5].

145그램의 야구공을 초속 45미터 스피드로 쳐서 홈런으로 만드는데 약 184 줄(Joules)이 필요하다고 한다(연식 정구 공은 30그램). 한편 좌심실이 50 cc 정도의 혈액을 120 mmHg 압력으로 한번 내보내기 위해서는 약 800 줄(Joules)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림 셈으로 보아도 좌심실에 부과되는 일은 엄청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평생 무려 30~40억 번의 펌프 작용을 해야 한다. 따라서 좌심실의 구조는 단순히 펑퍼짐한 것이 아니라, 나선형(spiral)으로 배열된 근육 덩어리가 용수철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다(혹은 뱀이 똬리를 틀었다가 튀어 오르듯이)[사진6]. 반면에 우심실은 근육의 양도 적고, 근섬유의 배열도 무질서하며, 잘 늘어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말하자면 1953 년 인공 심폐기를 이용한 개심수술이 시작된 이후 20여년만에(1975 년 즈음), 인류 역사 상 처음으로 밝혀진 숨겨진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