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면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증가하면서 나를
희생하더라도 상대방을 돕고 싶다는 이타심이 들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 팀은 여대생 160명에게 두 가지 다른
일을 시키면서 호르몬 변화를 관찰했다. 첫 번째 일은 20분 동안 생물학 관련 원고
교정을 보는 일이었다. 서로 감정적 교류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고, 호르몬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두 번째 일은 서로 컴퓨터로 카드 게임을 하는 일이었다. 서로 감정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컴퓨터 카드 게임을 했을 때 호르몬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1주일 뒤 다시 같은 파트너와 카드 게임을 한 뒤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는 같았지만 프로게스테론 수치는
올라갔다.
두 번째 카드 게임이 끝난 뒤 한 상대가 현재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말하자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올라간 게임 파트너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너를 돕겠다”는
이타심을 보여 줬다.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월경 주기에 따라 그 수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성 호르몬이다.
여성 호르몬이라고 여자에게만 있지는 않고, 남자에게도 수치는 낮지만 존재한다.
여성은 폐경기가 지나면 이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다.
기존 연구에서도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사람과 사귀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높은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이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기적 인간이 왜 이타심 갖나’ 의문에 대답
브라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타심에 대한 최근의 진화론적 설명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사실 이타심은 진화론 연구자들에게 난제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서로 겨루는 인간 또는 동물이 어떻게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돕는 이타적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풀기 어려운 숙제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늙은 가족이 아플 때 다른 일을 제쳐두고 돌보는 행위는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브라운 교수의 연구는 “친해지면
돕고 싶은 호르몬이 생기고, 동시에 감정적으로 스트레스가 줄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이타심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호르몬 차원에서
뒷받침한 연구로 평가되는 이유다.
브라운 교수는 “이타심의 이러한 작용은 왜 사회적 친밀도가 높은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병에 잘 걸리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호르몬 및 행동 (Hormones and Behavior)’ 6월호에
실렸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3일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