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중년이다, “암 발생, 우울감 최고치”

[사진=sciencepics/shutterstock]
“친구들 중에 암 환자가 유난히 많아요. 엊그제 유방암 투병중인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 왔는데, 오늘은 다른 친구가 대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이네요. 우울증을 호소하는 친구도 있어요. 남편 퇴직에 아들, 딸의 취업 문제로 골치가 아픈데, 건강마저 잃을까 걱정입니다.”

주부 김미란(52세) 씨는 은행원이었던 남편의 명퇴 후 아이돌봄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지원 사업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다보면 몸이 파김치가 된다. 예전부터 좋지 않던 어깨, 허리가 걱정이지만, 가정 경제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어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년이 되면 몸의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남녀 모두 갱년기를 겪는데다 30년 이상 나쁜 생활습관이 쌓이다보면 암도 생긴다.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감이 높아지고 부부, 자녀의 진로 문제가 겹쳐 정신적인 압박감도 심해진다. ‘아프니까 중년이다’라는 말이 실감날 수밖에 없다.

– 중년에 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요즘 중년은 40, 50대 뿐 아니라 60대 초반까지 꼽는 경우가 많다. 노인의 기준 연령(65세)을 더 높이자는 목소리도 높다. 평균 수명(현재 82세)이 갈수록 길어지면서 외모나 건강 면에서 60대는 신중년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중년은 위기의 시기이다. 암 환자가 급증하는 나이대가 바로 중년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40대가 34.2%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0.6%로 그 뒤를 이었다. 간암 환자는 50대가 27.1%로 최고치를 찍었다. 대장암은 50대가 21.8%로, 60대(25.6%)와 1,2위를 다투고 있다(2017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

유전성 암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암은 20-30년 이상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서 종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짠 음식이나 탄 고기로 위를 혹사시켰다면 중년이 되면 위암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동물성 지방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 대장암도 마찬가지이다. 젊고 건강할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나쁜 식습관이 세월과 함께 암세포를 키우는 것이다.

30갑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들에게 올해까지 무료 저선량 CT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것이다. 하루 1갑씩 30년간 흡연했다면 30갑년에 해당한다. 폐암은 70대(36.2%)가 가장 많지만 60대도 26.8%를 기록하고 있다. 중년 흡연자는 폐암을 의식해 정기 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 중년은 근심우울 등 부정적 정서도 가장 높다

중년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많이 앓는다. 중년들은 자녀의 교육, 경제 문제에다 직장에서 밀려나는 아픔까지 겪어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근심-우울 등 부정적 정서는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4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최근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보고서에서 행복수준을 삶에 대한 만족도, 행복, 근심-걱정, 우울, 유데모니아(좋은 삶) 등 5개 항목을 각 항목별로 수치화(10점 만점)한 결과, 40대가 3.71점으로 근심-걱정, 우울감이 가장 높았다.

경제활동상태별로 보면 부정정서의 경우 서비스-판매직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져 60대의 경우 5.92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신중년으로 분류되는 60대는 국내 암 발생 1,2인 위암(26.9%), 대장암(25.6%)이 가장 많은 나이대이기도 하다.

– 직장에서 밀려나는 중년, 배우자 건강에도 치명타

중년이 되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급증한다. 여성은 안면홍조와 함께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이 동반되는 갱년기 증상을 겪는데, 남편의 퇴직이나 자녀 문제 등이 겹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직장에서 밀려난 중년 남성들은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쳐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보건과학대학) 연구팀이 지난 9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해고자 아내의 70.8%가 ‘지난 일주일 동안 우울 증상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해고자 아내의 48%가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답해 해고는 배우자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40, 50대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퇴직이 일상화되는 연령대이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강제퇴직이 다수이기 때문에 상실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앞의 김미란 씨의 사례처럼 관절이 좋지 않은데도 다시 일터로 나서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 위기의 중년, 생각과 생활습관을 바꾸자

중년은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외부 환경과 호르몬 분비 등 신체 변화가 겹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암 환자인 김미란 씨의 친구는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울감이 깊어지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친한 사람들에게 털어 놓으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식습관을 바꾸라고 했다. 현미 등 통곡물을 자주 먹고 동물성 지방을 절제하면서 매끼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으라고 했다. 틈이 날 때마다 자주 몸을 움직이는 등 운동도 해야 한다. 암 환자가 된 후 뒤늦게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보다는 지금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100세 시대에 중년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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