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병의원이나 한의원의 경우 간단한 처방의 경우 의사의 직접적인 진료 없이 간호사가 사전에 받은 지시대로 약물을 처방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 사전 지시한 의사는 간호사에게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한 이유로 형사처벌 및 면허정지 행정처벌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의사와 간호사가 속한 병원도 함께 처벌될까? 최근 이와 관련된 판결이 나와 소개한다.
A 한방병원 소속 한의사 B는 진료대기시간이 길어져 외래환자들의 항의가 빈발하자, 외래 간호사들에게 환자가 청인유쾌환과 공진단, 그리고 쌍화차와 같은 특정 한약만을 원할 경우 환자의 요구대로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처방전을 발행하고 사후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간호사들은 지시대로 외래를 방문한 환자들에게 해당 약물을 처방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한의사 B는 전자의무기록에 자신이 직접 진찰한 것처럼 허위로 외래초진기록을 작성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한의사 B를 의료법 위반으로 약식기소하였다. 한의사 B는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B에게 면허정지처분을 내렸다. 해당관할 보건소는 한의사 B의 처벌사실을 근거로 A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C에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금지위반으로 업무정지 3개월 혹은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학교법인 C는 이와 같은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재판부는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직접 진찰 의무를 위반하면 해당 개인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지만, 병원(법인)에 대하여는 업무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업무정지 혹은 10억 원대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재판부는 "처분 기준이 부당하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6. 4. 24. 선고 2025누9053 판결).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에 대해 개별적인 증상이나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환자들의 요구대로 간호사가 처방을 해주는 행위는 사전에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상 허용될 수 없는 ‘면허사항 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위반하면 병원법인에 대해서도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대법원은 학교법인 C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고패소로 판결한 항소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참고로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이다. 이 판결은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대기시간 단축이나 편의성이라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던 의사의 사전지시에 따른 간호사의 전자의무기록 입력ㆍ처방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이러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한다면 이들이 소속된 의료기관도 함께 불법행위에 따른 행정적 및 재정적 책임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에서 문제가 된 것은 초진환자를 의사(한의사)가 직접 진료없이 사전지시대로 간호사가 단독으로 약물을 처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약물을 처방받는 재진환자는 어떨까?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직접 진료 없이 재진환자에게 기존과 동일한 처방을 하라는 지시에 따라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출력하여 교부하는 경우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1.9. 선고 2019도50014판결). 그리고 전화 등을 통해 환자와 면담하거나 진료한 경우 비대면진료로 인정받아 진료비를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의사(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간호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을까? 앞서 사례에서 해당 간호사도 무면허의료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의료행위 실시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 없이 간호사가 주도해 전반적인 의료행위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간호사도 무면허 의료행위 주체로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의사의 구체적이고 타당한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처방전을 작성하여 전달하거나 의료행위를 한 것은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