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 (월)

반지·시계 착용하고 잠들면 수면 상태 보인다?⋯스마트 기기는 어떻게 ‘잠’을 측정할까

빛으로 혈류 변화 측정하고 움직임 감지해 수면 단계 추정⋯전문가들 “측정 결과 참고하되 지나친 신뢰는 경계해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스마트링이나 스마트워치 등 수면 측정 기기를 착용하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수면 단계별 시간, 수면 효율 등 다양한 수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깊은 수면 50분, 렘(REM)수면 1시간 30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지난밤 수면 기록을 확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마트링이나 스마트워치가 알려주는 수면 정보도 다양해졌다.

각 수면 단계에 머문 시간은 물론 수면 효율성, 잠드는 데 걸린 시간, 수면 중 뒤척임 정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스마트워치는 수면 중 호흡 방해 징후를 감지해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는 신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 애플의 ‘애플워치’는 물론 지난 8월 국내에 첫 출시된 핀란드 오우라의 ‘오우라 링 5’ 등 수면 측정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는 이미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손가락이나 손목에 착용하는 작은 기기가 어떤 원리로 수면 상태를 파악하는지, 측정 결과를 얼마나 믿어도 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웨어러블 기기가 알려주는 수면 단계는 얼마나 정확할까. 매일 확인하는 수면 점수는 실제 숙면에 도움이 될까.

빛으로 혈류 변화 읽는 스마트 기기⋯생체신호로 수면 단계 추정

스마트링과 스마트워치가 수면 상태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는 광혈류측정(PPG)이다. 발광다이오드(LED)로 피부에 빛을 비추면 심장 박동에 따라 혈관 속 혈액량이 달라지면서 빛의 흡수·반사량도 변한다. 광학 센서는 이 변화를 감지해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를 추정한다.

심박변이도는 심장 박동 사이 시간 간격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을 쉬게 하는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수면 단계에 따라서도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심박변이도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수면 상태를 추정하는 단서로 활용된다.

심박수 외에도 다양한 생체신호가 수면 상태를 추정하는 데 쓰인다. 가속도 센서는 수면 중 신체 움직임을 감지하며, 온도 센서는 피부 온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일부 기기는 광학 센서를 활용해 혈중산소포화도도 예상한다.

기기마다 탑재된 센서와 측정 항목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 기기는 모두 여러 생체신호를 종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한다.

이렇게 수집한 생체신호의 변화 패턴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수면 단계를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깊은 수면 중에는 심박수가 낮고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렘수면 중에는 몸의 큰 움직임이 억제되면서도 심박수와 호흡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기기는 이러한 특징을 종합해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렘수면 등에 머문 시간을 추정한다.

수면 추적 기기가 단계별 수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건 수면 단계마다 신체와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활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깊은 수면은 신체 회복과 관련이 있으며, 뇌 노폐물 제거 과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렘수면은 기억과 학습, 감정 처리 등에 관여한다.

박찬순 대한수면학회장(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최근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소위 ‘잠을 잘 잤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비렘수면 단계에 해당하는 1~3단계, 렘수면 단계 등) 수면의 각 단계를 골고루 잘 거쳐야 한다”며 “이 수면 단계들이 반복적으로 방해를 받으면 자고 일어난 뒤에도 피곤하고 상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깊은 수면 50분” 정말 맞을까⋯병원 검사와는 정확도 차이

수면 측정 기기는 수면 중 생체신호가 변화하는 패턴을 분석해 수면 단계를 추정한다. 사진=오우라링 홈페이지 캡쳐

다만 스마트 기기가 알려주는 수면 단계별 시간은 병원에서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PSG) 결과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와 안구운동, 근전도 등을 함께 측정해 수면 단계를 판별한다. 수면 단계마다 뇌의 전기적 활동과 안구운동, 근육 긴장도에서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 시중에 판매 중인 스마트링,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는 이러한 신호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심박수와 움직임 등 간접적인 생체신호로 수면 단계를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잠들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를 수면으로 오인하거나, 실제 수면 단계를 잘못 분류할 수 있다.

지난 9월 미국 수면 전문매체 《슬립리뷰(Sleep Review)》에 스마트링 관련 글을 기고한 수면검사 전문가 브룩 퀸도 "수면 단계에 따라 심박수와 호흡·체온·움직임 등이 일정한 패턴으로 달라진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면 상태를 추정하는 스마트링의 작동 방식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들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과 얕은 수면·깊은 수면·렘수면을 각각 구분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두 기능의 정확도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오우라 링의 수면 추적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며, 총 수면시간과 안정시 심박수 등에 비해 깊은 수면·렘수면 등 각 수면 단계에 머문 시간은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수면 단계별 기록은 뇌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여러 생체신호를 토대로 계산한 추정치이기 때문이다.

수면 점수에 일희일비 말아야⋯매일의 수치보다 장기적인 변화 중요

수면 트래커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수면장애를 제때 진단받지 못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스마트 기기가 제공하는 수면 정보는 실제 숙면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수면 데이터가 자신의 수면 습관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개별 수치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건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은 올해 4월 국제학술지 《슬립 헬스(Sleep Health)》에 게재한 ‘소비자용 수면 기술에 관한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입장문’에서 “수면 기술은 건강한 수면 습관을 대체하지 못하지만, 이를 보완하고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기의 정확도와 기능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측정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수면장애가 의심될 경우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수면 추적 기기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하루하루의 수면 점수나 깊은 수면시간에 주목하기보다 총 수면시간과 취침·기상 시각의 규칙성 등 수면 패턴의 장기적인 변화를 살펴보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가령 취침시간이 점차 늦어지거나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을 확인했다면 이를 생활습관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NSF도 수면 기술이 실질적인 수면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용자가 기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수면 습관을 바꾸는 등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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