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

환자 임상 줄이고 동물시험도 대체…바이오의약품 ‘증명법’ 바뀐다

식약처, 26~28일 GBC 개최⋯바이오시밀러 분석 중심 심사·동물대체시험 등 글로벌 규제 변화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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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포스터 사진=식약처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비교임상의 비중을 낮추고 정밀 분석자료를 더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물시험도 과학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부터 사람 세포나 컴퓨터 모델 등을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허가 요건을 이미 완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14일부터 품질과 비임상·약동학적 비교동등성이 입증된 바이오시밀러는 3상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면제할 수 있도록 관련 허가·심사 규정을 개정, 시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리는 ‘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이런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밝혔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GBC에는 각국 규제기관과 제약·바이오업계, 학계 전문가 등 약 5000명이 참여한다. 올해 주제는 ‘바이오 대도약,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이다.

바이오시밀러, 대규모 비교임상 비중 낮추고 정밀 분석 강화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허가된 바이오의약품과 품질·효과·안전성이 매우 유사한 의약품이다. 같은 화학성분을 만드는 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달리 살아 있는 세포 등을 이용해 생산한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여러 단계에 걸쳐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환자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시험도 중요한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분자 구조와 생물학적 기능, 품질 특성을 들여다보는 분석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바이오시밀러에 대규모 비교효능 임상을 똑같이 요구해야 하느냐는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이런 변화가 실제 제도에 반영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품질·비임상·약동학적 비교동등성이 충분히 확인된 바이오시밀러는 3상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고쳤다.

유럽도 임상시험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올해 3월 확정한 바이오시밀러 임상개발 관련 문서에서 분석 비교가 충분하고 약동학과 적절한 안전성 자료가 뒷받침된다면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별도의 비교효능시험 없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오시밀러에서 임상시험을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 특성과 분석 결과를 검토한 뒤 오리지널 의약품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지난해 10월 바이오시밀러 비교효능 임상의 필요성을 다시 따져보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정밀 분석과 약동학 자료만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제품까지 대규모 비교임상을 반복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GBC의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항체치료제 개발 기술과 함께 임상 비중을 낮추고 분석자료를 더 중시하는 규제 변화를 다룬다.

동물시험도 대체 가능한 분야부터 줄여

동물시험을 둘러싼 규제도 달라지고 있다.

FDA는 지난해 4월 단클론항체 등을 시작으로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시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람 유래 세포와 오가노이드, 컴퓨터 모델, AI 기반 독성 예측 등으로 대신할 수 있는 시험부터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 등을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작은 조직 모델이다. 약물이 사람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는 연구 등에 활용된다.

FDA가 올해 공개한 1년차 진행 상황에도 일부 단클론항체 개발 과정에서 장기간 비인간 영장류 독성시험을 줄이는 방안 등이 담겼다. 동물시험을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아니다. 대체시험의 신뢰성이 충분히 확인된 분야부터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GBC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바이오의약품 동물대체시험 워크숍’도 열린다. 해외 규제기관과 연구기관이 동물대체시험을 어디까지 도입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한국의 시험법 구축 현황과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한다.

식약처가 공개한 프로그램에는 캐나다 보건부와 미국 FDA·국립보건원, 유럽의약품품질위원회,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 등의 관련 동향과 사례가 포함됐다.

허가·심사도 빨라진다…목표는 240일

새 기술을 어떤 자료로 평가할 것인지뿐 아니라 심사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이번 GBC의 주요 의제다.

식약처는 지난 6월 1일부터 신약·바이오시밀러·신기술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기간을 240일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새 심사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허가 신청 전에 기업과 규제기관이 대면회의를 하고, 신청 뒤에는 여러 심사 항목을 차례로 처리하는 대신 동시에 검토하는 병렬심사를 활용한다. 다만 모든 제품이 240일 안에 허가된다는 뜻은 아니다. 240일은 식약처가 제시한 심사기간 단축 목표다.

GBC ‘규제과학 혁신포럼’에서는 이런 허가·심사 제도를 산업계에 설명하고 개발 현장의 의견을 듣는다.

나라별 규제 차이를 줄이기 위한 협의도 열린다. 한국 식약처와 미국 FDA, 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허가·심사 현황과 쟁점을 공유하고 심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백신 분야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유럽의약품청,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등과 기술 발전에 따른 규제 현안을 다룬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생기는 쟁점과 허가·심사 기준을 함께 살펴본다.

캐나다·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규제기관 담당자와 한국 바이오기업 간 1대1 미팅도 마련된다.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궁금한 허가·심사 문제를 해당 국가 규제당국자에게 직접 묻고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올해 처음 마련된 ‘K-바이오 혁신 리더스 토크’에서는 국내 바이오기업 대표들이 기술개발과 세계시장 진출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전략을 공유한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첨단바이오의약품 등을 포함해 행사 기간 총 16개 포럼이 열린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혁신의 가능성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과학에 기반한 규제혁신과 적극적인 글로벌 규제협력을 통해 K-바이오의 혁신과 세계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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