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5일 (화)

자녀 휴대폰 사용 혼냈는데… “부모가 더 문제”, 왜?

노르웨이 아동 747명 3년 추적...부모 스마트폰 사용 하루 1시간 늘 때마다 자녀 수용어휘 성장 속도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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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보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자녀의 언어 발달과 더 뚜렷한 관련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보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자녀의 언어 발달과 더 뚜렷한 관련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수용어휘, 즉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느리게 발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2023년 노르웨이 여러 지역에서 모집한 아동 747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과 언어 발달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시작 당시 부모에게 평일과 주말을 포함한 자녀의 하루 평균 기기 사용 시간과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자신의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부모의 하루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과 주 양육자의 스마트폰에 기록된 하루 화면 사용 시간도 분석했다.

아이들은 5세부터 7세까지 매년 검사를 통해 수용어휘와 수용문법 능력을 평가받았다. 수용어휘는 단어를 듣고 그 의미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수용문법은 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나타낸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특정 한 시점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언어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했다.

부모 스마트폰 사용 1시간 늘 때마다 어휘 성장 속도 느려져

가구 소득과 부모의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기기 사용 지표는 아이의 언어 발달 속도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 양육자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달랐다.

부모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자녀의 수용어휘 점수가 1년 동안 향상되는 폭은 평균 0.42점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어휘를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 더 느리게 발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안 부모의 시선과 관심이 화면으로 항하면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 제1저자인 준이 양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이 주의를 분산시키기 쉽다”며 “기존 부모-자녀 상호작용 연구에서도 이러한 방해가 아이의 단어 학습과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단순히 주변에서 많은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 발달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을 걸었을 때 부모가 반응하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춰 설명을 덧붙이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이러한 상호작용을 자주 방해한다면 아이가 새로운 단어와 문장 구조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의 최근 기술 보고서 역시 디지털 미디어가 아동의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 시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는지, 부모와 함께 보는지, 디지털 기기 사용이 부모-자녀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대신하는지 등 사용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스마트폰·태블릿 가진 아이, 처음엔 언어 점수 낮았지만 발달 속도 차이는 없어

아이의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도 언어 능력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아이 중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연구 시작 시점의 언어 점수가 낮았다.

자신의 기기를 가진 4~5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수용어휘 점수가 평균 5.13점, 수용문법 점수가 평균 4.56점 낮았다.

다만 자기 소유의 기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후에도 계속 언어 발달이 더딘 것은 아니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기기가 없는 아이들보다 언어 점수가 낮았지만, 5~7세 사이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속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 자신의 하루 화면 사용 시간 역시 언어 발달 속도와 유의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이의 화면 사용 시간뿐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가족 전체의 디지털 기기 사용 환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몇 시간 보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놓치느냐’

기존 여러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와 언어 발달의 관계는 사용 시간뿐 아니라 콘텐츠의 질과 이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JAMA 소아학(JAMA Pediatrics)》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전반적으로 화면 사용 시간이 길수록 언어 능력이 낮은 경향이 관찰됐지만, 교육적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시청하는 경우에는 보다 긍정적인 언어 발달 결과와 관련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자녀의 어휘 발달을 늦춘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부모의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 등을 고려했지만, 부모와 아이의 성향이나 가정 내 상호작용의 질 등 측정하지 못한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는 아이의 화면 사용 시간만 관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모를 포함한 가족 전체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와 대화하거나 책을 읽고 놀이하는 시간만큼은 부모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 아이에게 더 풍부한 언어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소아학(JAMA Pediatrics)》에 ‘Screen Use and Children’s Language Development From Ages 5 to 7 Yea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부모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어지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수용어휘 발달 속도가 느린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관찰연구이므로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2.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으면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기나요?
A. 자기 기기를 가진 4~5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연구 시작 당시 수용어휘와 수용문법 점수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5~7세 사이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속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Q3.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 부모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A. 단순히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와의 대화나 책 읽기, 놀이 등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에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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