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0일 (목)

아기 때 설탕 적게 접한 사람, 수십 년 뒤 치매 위험 23% 낮았다

영국 설탕 배급 '자연실험' 분석…발병도 평균 2.6년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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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을 먹고 있는 생후 7개월 남자아이. 영국의 설탕 배급 제한을 태아기·영유아기에 경험한 사람은 수십 년 뒤 치매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주 입에 사탕 하나 물려주려다가 며느리나 딸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본 조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기 전부터 생후 1~2년까지 설탕을 적게 접한 사람일수록 수십 년 뒤 치매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이 사람들에게 일부러 설탕을 덜 먹인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뒤까지 이어진 영국의 설탕 배급제가 뜻밖에 '자연실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영국의 설탕 배급, 어떻게 '자연실험'이 됐을까

이 연구를 이끈 사람은 홍콩과학기술대 광저우캠퍼스의 지아젠 정(Jiazhen Zheng) 연구자다. 그가 속한 연구팀은 영국인 약 50만 명의 건강·유전 정보를 장기간 추적하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이용해, 어릴 때 설탕이 부족했던 약 6만5000명의 장기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7월 29일 발표됐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중 식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설탕 구매량을 제한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배급은 한동안 계속됐고 1953년 9월에야 끝났다.

연구팀은 이 기간을 이용했다. 언제 태어났느냐에 따라 태아기와 영유아기에 설탕이 부족했던 기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급이 끝난 뒤 태어난 사람들은 설탕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의료기록을 이용해 조사 대상자들이 55세부터 70세까지 치매 진단을 받았는지 확인했다.

노출 기간 길수록 치매 위험 더 낮아졌다

분석 결과 태아기부터 생후 1년까지 설탕이 부족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21% 낮았다.

태아기부터 생후 2년까지 설탕이 부족했던 사람은 위험이 23% 낮았다. 치매가 생기더라도 발병 시점은 평균 2.6년 늦었다.

일부 참가자의 뇌 영상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어릴 때 설탕이 부족했던 사람은 전체 회백질 부피가 더 컸고, 뇌의 작은 혈관이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백질 고신호강도는 더 적었다.

정 연구자는 생애 가장 이른 시기에 설탕을 제한하면 뇌 건강에 오래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이번 연구는 개인이 실제로 하루에 설탕을 얼마나 먹었는지 측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당시 정부의 설탕 배급 정책을 이용해 장기간 건강 결과를 비교한 관찰형 자연실험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설탕을 덜 먹었다고 해서 치매 위험이 직접 낮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의 다른 식생활이나 생활환경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영양 환경이 수십 년 뒤 뇌 건강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탕 섭취량을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니어서 구체적인 섭취 기준을 제시할 단계는 아니지만, 생애 초기에 설탕을 많이 먹이지 않도록 권고하는 기존 영양 원칙에 근거를 하나 더 보탠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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