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대상포진 나았는데도 찌릿찌릿⋯범인은 ‘뇌’에 있었다?

해운대백병원,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통증 조절망 멈춘 때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대상포진 나았는데도 찌릿찌릿⋯범인은 ‘뇌’에 있었다?
자료=해운대백병원

대상포진 붉은 반점과 물집이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도 칼로 찌르거나 불에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대석 교수, 신경과 박강민 교수 연구팀은 이런 환자의 뇌 구조적 연결망이 건강한 사람과는 다르게 변해 있다는 사실을 특수 뇌 MRI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스치기만 해도 자지러지는 이 지독한 만성 통증의 원인이 피부나 말초신경이 아닌 ‘뇌 연결망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이 병을 주로 피부와 말초신경 손상 탓으로만 보았다. 하지만 똑같이 대상포진을 앓고도 왜 특정 환자만 통증이 평생 가는지, 환자마다 통증 양상이 왜 천차만별인지 말초신경 손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뇌’에 주목했다. 만성 통증이 뇌의 회로 자체를 바꾸어 버렸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42명과 나이·성별이 비슷한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확산텐서영상(DTI) MRI’를 촬영했다. 이는 뇌 속 백질 신경섬유의 방향성과 구조적 연결 상태를 세포 수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 기법이다.

“건강한 사람보다 뇌 정보 전달 효율성도 많이 낮았다”

분석 결과는 이랬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 전체의 정보 전달 효율성이 뚝 떨어져 있었다. 뇌 영역 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고속도로 격인 연결 경로가 꼬이고 길어져, 뇌 안에서 통증 신호를 제어하는 효율이 심각하게 저하된 것.

특히 통증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뇌 핵심 제어센터인 양측 ‘미상핵’에서 연결망 중계 지표가 현저히 낮았다.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망가졌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통증 강도가 심할수록 뇌 연결망 왜곡도 심해진다는 연관성까지 입증해 냈다.

마취통증의학과 오대석 교수는 14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 삶의 질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고약한 만성 병”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 통증이 단순히 말초신경이 아픈 것을 넘어, 뇌의 구조적 연결망이 변해버린 ‘만성 뇌 질환’의 일종일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했다. 신경과 박강민 교수도 “당장 내일부터 진단이나 치료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 신경통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뇌 기반 바이오마커(지표)’를 찾았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며 “앞으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과 통증 예측 시스템 개발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 신경 이미지 분야 국제학술지(‘Brain Topography’) 최신호(2026년 39권 3호)에 실렸다.

왼쪽부터 마취통증의학과 오대석, 신경과 박강민 교수. 사진=해운대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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