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에 주말은 가뭄의 단비다. 그래서 침대나 소파에서 온종일 빈둥거리는 것으로 피로를 보상받으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이 게으른 시간.
그런데 이런 빈둥거림은 과연 심신에 회복을 줄까, 아니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일까? 뇌과학계에선 "어떻게 빈둥거리느냐에 따라 최고의 보약이 될 수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멍 때릴 때 켜지는 뇌의 화면 보호기, 'DMN'?
우리가 업무나 공부에 집중할 때 뇌는 ‘중앙 집행 네트워크(CEN)’를 가동한다. 반면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 연결망이 있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DMN(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다. 컴퓨터를 가만히 두면 시스템 스스로 백그라운드에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는 화면 보호기 상태와 비슷하다.
정신의학계에서는 휴일의 적절한 빈둥거림이 이 DMN을 활성화해 과부하가 걸린 뇌를 치유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본다. 멍 때리는 시간 동안 뇌가 스스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정리하고, 스트레스 찌꺼기를 삭제하는 ‘재부팅’을 하기 때문이다.
DMN이 적절히 활성화되지 못하면 정서적 소진인 ‘번아웃’이나 기억력 저하가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주말에 누리는 온전한 게으름은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휴식이다.
주말 내내 누워만 있으면 뇌는 '특근' 중?
주중에 부족했던 수면을 주말에 1~2시간 정도 보충하는 것은 분명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뇌의 휴식’을 핑계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누워 지내는 방식은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신체 대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다.
해외 임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누워 있거나 기댄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10.6시간을 넘어서면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신체 대사 리듬이 깨져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 위험도 상승한다.
게다가 주말 내내 불규칙하게 누워 지내면 생체 리듬이 무너지는 ‘사회적 시차증’도 겪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숏폼 영상을 끊임없이 소비하면 화면이 뿜어내는 강한 시각 자극과 정보 처리 때문에 뇌는 전혀 쉬지 못한다.

몸은 쉴지 몰라도 뇌는 '잔인한 특근'을 하는 셈이다. 이는 월요일에 더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월요병’을 불러오는 핵심 원인이 된다.
뇌와 몸 모두 살리는 '진짜 휴식'은?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뇌와 신체를 모두 살리는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의학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과학적인 솔루션은 바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마음챙김) 호흡법’이다.
아무 준비 없이 가만히 누워만 있을 때 우리의 뇌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을 떠올리는 ‘부정적 반추’에 빠지기 쉽다. 이는 DMN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오히려 뇌를 더 지치게 만든다. 반면 마음챙김 호흡법은 마음의 초점을 ‘지금 이 순간의 호흡’에 묶어두어 심신을 깊게 이완시킨다.
방법은 간단하다. 거실 바닥이나 의자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온몸의 긴장을 푼다. 숨이 코끝을 스치며 들어오는 차가운 감각이나, 배가 오르내리는 움직임 등 호흡의 감각에 온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명상이나 호흡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자꾸 생겨나는 잡생각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건은 딴생각이 날 때조차 이를 인정한 후, 자책하지 말고 다시 호흡의 감각으로 주의를 천천히 되돌리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전두엽 기능이 강화되고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피로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은 “건강한 휴일의 핵심은 능동적인 휴식과 게으름의 균형에 있다”고 했다. 가능한 한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 편안히 앉아 내 숨소리에 집중하거나,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며 햇볕을 쬐는 것이 다음 한 주를 건강하게 버틸 진짜 에너지를 만드는 ‘영리한 빈둥거림’이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