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나이 들어서 그래”…70대 농부 쓰러뜨린 뜻밖의 심장병

[삼성창원병원 TAVI] ① 심장초음파,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심한 정도를 판별한다

나이가 들면 심장병, 그중에서도 대동맥 판막에 탈이 날 수 있다. 판막협착증이 대표적. 당연히 혈액 순환도 잘 안 되지만, 어느 순간 심부전이나 급사의 위험도 커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6월 말, 모내기 끝난 논을 살피고 밭일을 하던 70대 후반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평소 큰 병이 없다고 생각했고, 농사일도 계속해왔다. 그날도 경운기를 몰고 일을 하던 중이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병원 검사에서 뜻밖의 병이 확인됐다. 상당히 진행된 중증의 ‘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valve stenosis).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가 나가는 대동맥(大動脈)의 길목을 지키는 판막(瓣膜)이 좁아지면서, 피가 충분히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흔한 병은 아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심장병, 부정맥처럼 매년 수십만 명씩 생기는 심장병과도 다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1만3787명에서 2024년 4만7676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환자 상당수가 70대 이상에 몰려 있다. 흔한 병은 아니지만 70대 이후에는 “나와 무관한 병”이라고 넘기기는 어렵다.

나이 들면 판막도 늙는다…왜?

사람 심장엔 판막이 4개(승모, 삼첨, 대동맥, 폐동맥) 있다. 그중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왼쪽 아래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나갈 때 열리는 문이다. 이 문이 잘 열려야 온몸으로 피가 잘 퍼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판막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져 잘 열리지 않으면 피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진다. 판막 석회화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판막 협착의 원인이 된다.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이미래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를 수도꼭지에 비유했다. 수도꼭지 입구를 손가락으로 일부 막으면 물이 나오는 길이 좁아져 물살이 세진다. 판막도 마찬가지다. 판막이 좁아지면 피가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심장과 그 주변을 보는 심장초음파는 이 혈류 속도와 압력 차, 판막 면적 등을 종합해 협착의 심한 정도(경증, 중등도, 중증)를 가른다.

이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도 고혈압, 고지혈증처럼 정상 노화와 병의 경계가 모호해 칼로 두부 자르듯 바로 판명을 내릴 수 있는 병은 아니다”고 했다. 여러 검사를 종합해봐야 현재 단계가 정상적인 노화인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핵심은 ‘좁아진 정도’다. 경증이면 바로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콩팥 기능, 흡연 같은 핵심적인 위험 요인을 우선 관리하며 경과를 본다.

그러나 중증으로 진행하고 심각한 증상이 동반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좁아진 판막을 약만 먹는다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족이 봐야 하는 신호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천천히 진행한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는 변화를 잘 모를 수 있다. 예전에는 걸어가던 거리를 차로 이동하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찾고, 밭일이나 집안일을 하다 중간에 자주 쉰다. 흔히 “나이 들어서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기 쉽다.

이 교수는 “판막병은 중증도와 증상이 꼭 비례하지 않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며 “고령 환자는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병도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래 고혈압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혈압이 낮아졌다고 좋아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심장판막병이나 다른 심장 기능 저하가 숨어 있을 수 있어서다.

숨참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면 누구나 숨이 찰 수 있다. 하지만 숨참이 유일한 심장병 신호일 수도 있다. 숨이 찬데 가슴은 아프지 않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심장 잡음이 들리면 초음파를 봐야 하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생기기 전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동네 의원에서 청진하다 심장 잡음이 들리거나, 건강검진 또는 다른 병 검사 중 초음파에서 확인되는 식이다.

심장 잡음은 심장에서 원래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것. 그렇다고 모든 심장 잡음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위험하지 않은 양성(良性) 잡음도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에서 심장초음파는 무척 중요하다. 이를 통해 그 증상의 정도(경증, 중등도, 중증)를 판별한다. 사진=삼성창원병원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 심장 잡음이 들리고 숨참, 흉통, 어지러움, 실신이 함께 있다면 반드시 심장 초음파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심장 초음파는 판막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피가 얼마나 빠르게 통과하는지, 심장이 얼마나 부담을 받고 있는지를 본다.

물론 초음파만으로 애매한 경우도 있다. 혈류 속도가 생각보다 높게 나오지 않아도 실제로는 심한 협착인 경우도 있어서다. CT 등 다른 영상검사를 함께 보며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중증임에도 “괜찮다”고 고집하면 어떻게?

검사에서 중증으로 확인됐는데도 환자가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의사는 단순히 “숨이 찹니까?”라고만 묻지 않는다. 예전보다 덜 걷는지, 계단을 피하는지, 활동량이 줄었는지, 어지럽거나 쓰러진 적이 있는지를 함께 본다.

필요한 검사를 해보고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직 위험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정기적으로 추적한다. 6개월 또는 1년마다 심장 초음파를 보며 판막이 더 좁아지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진행성 호흡곤란, 흉통, 실신,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러움이 반복되면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생긴 뒤에도 방치하면 심부전이나 급사 위험이 갑자기 높아질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확인된 후엔 어떻게?

치료의 큰 방향은 판막을 바꾸는 것이다. 가슴을 열고 수술로 판막을 교체하는 전통적 대동맥판막치환술, 또는 허벅지 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는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등으로 크게 나뉜다.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나이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수술 위험도, 혈관 상태, 판막 구조, 동반 질환이 있는지, 그리고 환자의 생활 목표까지 함께 본다.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오래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다.

최근 TAVI 건강보험 기준도 바뀌었다. 얼마 전까진 80세 이상에 수술 고위험군(STS 스코어 8% 이상) 등 일정 기준에 들어야만 시술 본인 부담이 5%였다.

하지만 이제는 심장통합진료팀이 TAVI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즉 70대, 아니 60대라도 본인부담 5%로 TAVI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진 것이다.

삼성창원병원은 2023년부터 TAVI 시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1986년 경남 최초로 심장센터를 열고, 그해에 첫 개흉 심장 수술까지 성공시킨, 40년 심장 치료 경험이 뒤를 받치고 있다.

[FAQ] 환자가 많이 묻는 질문들

숨이 차면 바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하게 되나요?
그렇지는 않다. 고령자의 숨참은 폐질환, 빈혈, 심부전, 부정맥, 운동 부족 등 여러 원인으로 생긴다. 다만 이전보다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흉통, 어지러움, 실신 징조까지 동반되면 심장판막병 확률이 올라간다.

심장 잡음이 들리면 병원에 가야 하나요?
모든 심장 잡음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서 잡음이 비교적 크게 들리고, 이전에 없던 잡음이 새로 들리는 경우, 그리고 숨참, 흉통, 실신 징조가 함께 있으면 더 자세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약으로 치료할 있나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증으로 좁아진 판막을 약만으로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중증에 증상이 동반되면 TAVI나 개흉 수술을 검토하게 된다.

도움말=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이미래 교수(순환기내과). 고려대 의대를 나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하며 전임의 과정까지 마쳤다. 의학박사. 심장병을 진단하는 심장초음파에 전문성이 있다. 현재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분과장.

순환기내과 이미래 교수. 사진=삼성창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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