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일)

외계인 존재 확률, 제로에 가까워...SF는 인간의 '이것' 표현이다?

[백우진의 심신 탐구]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중 한 장면. 사진=소니픽처스 코리아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홀로 메가폰을 잡은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며, 그 진실이 드러날 경우 몰아닥칠 해일급 충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국내에서 6월 10일부터 상영된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스릴러에 액션, 코미디, SF를 넘나든다. 크고 강하며 빠른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그 존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결국 외계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호프’는 오는 7월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중학교 과학 교사 그레이스는 아득한 우주 한 곳에서 깨어나고, 다른 행성에서 온 로키를 만나게 된다. 두 고등생명체는 각각 자신의 행성을 구해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처럼 외계 고등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가 속속 개봉하고 있다. 외계에도 생물이 생겨났을까? 나아가 인간처럼 고도의 지능을 갖추고 문명을 발전시킨 외계인이 진화했을까? 외계인 SF 영화를 오히려 더 흥미롭게 감상할 이 의문을 진화와 우주의 관점에서 시작해 다각도로 풀어본다. 아울러 이와 관련 있는, 그런데 간과돼온 인간의 본성을 살펴본다.

고도 지능에 이르는 진화의 '좁은 문' 많아

진화론을 집대성한 찰스 다윈이 제시한 ‘생명의 나무’ 개념이 있다. 한 가지에서 잔가지가 갈라져 나오듯, 한 종에서 여러 아종이 분화된 뒤 별개의 종들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이 개념에 비추어 인류의 탄생을 생각해보자. 인류와 다른 영장류의 공통 가지에서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갈라져 나왔을까? 왜 인간만 고등 지능을 갖고 구사하게 됐을까? 다른 영장류는 이 경지에 오르지 못한 병목은 무엇이었을까?

각 병목은 매우 좁았고 여러 단계에 걸쳐 있었다(아래 서술은 시간순은 아니다). 우선 손의 구조가 바뀌었고, 손을 구사하는 두뇌의 차원이 향상돼, 여러 용도의 도구를 제작하게 됐다.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도구로 활용할 줄은 알지만, 어느 침팬지도 돌을 깨뜨려 손도끼로 활용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또 직립해서 달리게 됐다. 영장류 중 사람만 달리는 데 적합한 몸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 변화는 땀샘 발달, 발의 아치 구조 형성, 아킬레스건 강화 등 세부 진화  20여 가지로 나뉜다. 달리기를 장착한 인간은 추적 사냥에 나섰다. 그 결과 고기를 안정적으로 섭취하게 됐다. 추적 사냥에는 두뇌와 언어, 손이 함께 가동됐다.

게다가 불을 다루고 지필 수 있게 됐다. 고기 등 음식을 불로 요리해 먹음으로써 더 많은 영양성분을 흡수했다. 침팬지는 불을 쓰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음식을 가열해 먹으면서 내장의 크기와 소모 에너지가 줄었고, 남은 에너지는 두뇌가 커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다른 육식 동물에서는 남은 에너지를 두뇌를 확대하는 대신 몸집을 키우는 변화가 나타났다.

현생 인류로 진화가 일어나는 과정의 주요 변수 또는 활동으로 손 정교화와 달리기, 불 활용, 언어 구사, 두뇌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이 표는 필자가 관련 서적을 참고해 종합 정리한 것이다.

직립한 이후 성대가 포함된 후두부의 위치가 아래로 내려왔다.  성대와 혀 사이에 여유 공간이 생겼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원숭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지능이 사람보다 떨어져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후두부가 사람처럼 낮은 위치로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어는 효과적인 협업 수단이 되면서 추적 사냥의 성공률을 높여줬다. 언어는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집단으로 확장했다. (이후 언어가 문자로 형상화되면서 경험과 지식의 저장ㆍ확산 기능이 강해졌다.) 후두부 외에 인간 두뇌에는 언어를 담당하는 부위가 발달했고, 이는 언어 본능을 내장하게 됐다. 

진화 전, 생명 탄생 가능한 행성의 조건도 갖춰지기 어려워

손과 추적 사냥, 불, 언어의 상승 작용으로 두뇌가 커지고 지능이 고도화됐다. 영리해진 두뇌는 손 동작과 추적 사냥, 불 활용, 언어 구사를 더욱 정교하고 강하게 만들어줬다.

여기에 모아놓은 진화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다른 영장류에게는 이 중 어느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각 진화의 확률은 매우 낮다. 초기 인류의 탄생이 가능하려면, 추가로 각 진화가 가까운 시기에 집중해서 진행돼야 한다. 각 진화가 모두 일어날 확률은 천문학적인데, 초기 인류에게는 비교적 가까운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니, 그 확률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진화 이전 단계의 확률도 희박하다.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어도 그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할 확률은 낮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많은 조건 중 하나가 대기인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기는 다른 행성 대부분에는 없다. 대기가 행성을 감싸고 있으려면 지구처럼 중력이 강해야 하고, 자기장도 있어야 한다.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다.

종합하면, 우주에 인간 외에 고등 지능을 가진 생명체는 없는 듯하다. 필자가 이 생각의 실마리를 얻은 책이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이다. MIT 물리학 교수인 저자 맥스 테그마크는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이 우주에 고도의  생명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서 그러나 “우리 우주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가정이 틀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테그마크는 “생명이 거주할 행성은 많아 보이고 우리 은하계에만 수십억 개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생명이 진화하고 나아가 지능적으로 발전할 확률은 극도로 불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지능적인 생명이 발전하는 데에는 병목이 여럿 있는데, 그걸 통과하려면 종잡을 수 없는 행운이 걸려들어야 하며 그 확률은 극도로 희박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한다. 테그마크는 공룡을 예로 든다. 공룡은 지구를 1억 년 이상 지배했고 이 기간은 현생 인류가 지내온 기간보다 1000배나 길지만, 그 긴 세월 동안에도 공룡은 고등생명체로 변신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물리학자 테그마크와 페르미, 외계인 존재 가능성에 의문 제기

테그마크 외에 의문을 표한 과학자가 엔리코 페르미다. 그는 수많은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인류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 있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테그마크는 소수파다. 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은 물론 과학자 중 이 주제에 관심을 표명한 사람은 대부분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상상한다.

이 글의 주요 목적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깨는 데 있지 않다(물론 그 생각을 반박하는 데에는 관심이 있다). 그보다는 외계인 SF와 외계를 향한 상상과 탐구가 보여주는 인간 본성이 주된 관심사다.

놀랍게도 인간은 실낱 같은 단서조차 하나 없는 채로 외계문명을 찾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기울여왔다. 가장 최근 프로젝트는 러시아 부호 유리 밀너가 후원해 2015년에 시작된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는데, 이전 프로젝트와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나 분석된 신호 중 인공(혹은 외계인공) 신호로 여겨지는 것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었다.

안드로메다 은하. 북쪽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사진=NASA

외계의 인공 신호 포착하려는 시도, 수십 년째 성과 없어

외계의 고등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는 1960년대에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60여 개의 SETI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나 아시다시피 그동안 유의미한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계인이 존재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논리를 내세울까. 한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수학자는 각각 저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없다면 외계인도 없을 텐데 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외계인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수 없다.”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면 외계인들이 아직 지구에 오지 않았거나 옛날에 지구를 떠났거나 지금 지구에 있지만 인류를 해칠 마음이 없는 게 분명하다.”

후자는 외계인의 존재를 사실로 보고 서술했다. 전자는 우주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고등생명체의 발생이 확률적으로 독립이라는 점을 무시했다. 아니면 양저얽힘과 같은 심오한 현상이 작용한다는 전제가 반영된 발언일까.

인간에게는 상상과 이야기의 세계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그동안 거의 거론되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는 감성과 이성, 영성 외에 상상하고 믿는 본성이 있다. 그것을 일단 ‘상성(想性)’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인간은 상상하고 그 상상을 이야기로 구체화한 다음 그 가상의 세계를 추구한다.

우주 시대 외계인 탐사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대역사(大役事)가 석기시대에도 진행됐다. 튀르키예 남부의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다. 이 석조 건축물은 탄소연대 측정 결과 석기시대인 기원전 9500년경에 세워졌다. 농경과 함께 인간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강한 권력이 생겨나기 전에 건설된 것이라는 점에서, 피라미드 등 이후 건축물에 비해 건설자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로 지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타고나기를 상상과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내용이 매혹적이라면 남는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국 국방부가 미확인 비행물체(UFO) 파일을 161건 공개했다. 미 국방부는 “미해결 사건들이라며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 파일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외계인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을 듯하다. 이들의 전제는 “외계인의 존재를 보여줄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일 것이다.

상성은 이성의 작용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이성을 방해할 듯하다. 그런 상성에 자주 크게 빠지는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눈부신 물질 문명을 이룩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에 앞서 우주적인 확률을 뚫고 고도의 지능을 갖게 된 과정도 신비롭다. 그런 역사를 이어받아 우리가 태어났다. 저마다 선사받은 경이와 신비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려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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