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수년간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아내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아내는 남편의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수년간 그의 발가락을 깨물었고, 의식을 회복한 남편은 마침내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에 사는 송 메이(45)는 2019년 사고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남편 자오 진첸을 수년간 간병해왔다.
유치원 미술 교사였던 송씨와 방수 공사 일을 하던 자오씨는 두 자녀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주변 사람들을 돕는 데 적극적이었다. 송씨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무료로 그림을 가르쳤고, 남편 역시 오랜 기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외딴 산악 지역에 사는 학생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2019년 10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자오씨는 창고 지붕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던 세 살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갔다. 아이를 품에 안은 그는 약 6m 높이에서 추락했고, 떨어지는 순간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감싸 보호했다.
아이는 무사했지만 그는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져 심각한 뇌 손상과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 의료진은 그가 다시 의식을 찾을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송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온종일 남편을 돌보기 시작했다. 매일 남편의 몸을 닦고 마사지했으며,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려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의 저축은 빠르게 바닥났다.
자오씨가 구조한 아이의 아버지도 가족 곁을 지켰다. 자신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돈을 빌리고 모금을 해 치료비 4만 5000위안(약 1000만원)을 마련해주었다.
송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극해 신경 회복을 돕도록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발가락을 깨문 송씨는 그에게서 미세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남편의 발을 비닐봉지로 감싼 뒤 발가락을 깨물며 자극하는 일을 수년간 계속했다. 그는 이 독특한 자극 방식이 남편의 의식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믿고 있다.
긴 간병 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24년이었다. 자오씨는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여전히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은 점차 강해졌다. 송씨는 매일 이어지는 재활 과정에서 남편에게 노래를 불러줬고, 수년 동안 하루 4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하며 남편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오씨는 제한적이나마 주변의 말에 반응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도움을 받으면 잠시 서 있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달 30일에는 송씨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 찾아왔다. 병상에 누워 있던 자오씨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뒤 작은 목소리로 “송메이, 사랑해”라고 말한 것이다. 글쓰기 재활에서도 자오씨가 쓸 수 있었던 유일한 말은 아내의 이름이었다.
송씨는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모두가 앞으로의 길이 어려울 거라고 하지만 부부는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는 사이”라며 “가장 좋은 치료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씨의 향후 구체적인 치료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부부의 사연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은 “남편은 한 생명을 구한 영웅이고, 아내는 기적을 만들어낸 영웅이다”, “그의 헌신적인 사랑이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감각 자극, 의식 회복에 도움 될까
송씨가 수년간 이어온 발가락 자극이 남편의 의식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의 의식 회복 정도와 속도는 뇌 손상의 원인과 부위,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시각과 청각, 촉각 등을 활용한 감각 자극이 의식장애 환자의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다뤄져 왔다.
2024년 국제학술지 《Brain Circulation》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의식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3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감각 자극을 받은 환자에서 의식 수준을 평가하는 행동 지표가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각 자극이 의식장애 환자의 행동 반응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2023년 발표된 또 다른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중증 외상성 뇌손상 후 의식장애 환자에게 시행하는 다감각 자극이 각성과 인식 회복을 돕는 중재 가운데 비교적 강한 근거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연구진은 환자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친숙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물론 이러한 연구 결과가 발가락을 깨무는 특정 행동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감각 자극의 종류와 방법, 환자의 상태가 연구마다 다른 만큼 자오씨의 회복을 송씨의 발가락 자극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