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시간이 약”이 아니었다…사별 후 회복 못 하는 이유는?

사별 후 10%, 슬픔이 ‘질환’으로 이어져…뇌의 보상 회로에 변화 확인

지속성 비탄장애는 슬픔, 죄책감, 공허감 같은 극심한 감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도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을 한 사람의 약 10%가 지속성 비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PGD)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GD는 슬픔, 죄책감, 공허감 같은 극심한 감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PGD는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등재한 정신질환이다. 단순한 애도 반응을 넘어, 상실과 관련된 고통이 병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

PGD를 겪는 사람은 사망한 이를 끊임없이 떠올리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정체성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감각을 경험한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하며,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사고사, 자살, 갑작스러운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죽음을 겪은 경우 PGD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상실을 경험해도 누군가는 회복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장기간 고통에 머무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보상과 감정 처리 관련 뇌 회로에 반복적 변화 확인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진은 PGD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 검토해,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동향(Trends in Neurosciences)》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PGD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에서 관찰되는 일부 뇌 활동 패턴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특히, 보상과 애착에 관여하는 뇌 회로에서의 활동 변화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를 종합한 결과, 욕구와 동기에 관여하는 측좌핵과 안와전두피질, 감정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와 뇌섬엽 등에서 반복적으로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사망한 이의 사진을 보거나 상실을 떠올리는 과제를 수행할 때, 이들 영역에서 혈류 변화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PGD가 단순히 슬픔의 연장이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이 여전히 그 사람의 존재를 갈망하는 상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잃은 이를 향한 심리적 갈망이 뇌 수준에서 지속되면서 비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해석된다.

슬픔에 ‘갇힌’ 상태

연구를 이끈 리차드 브라이언트 교수는 PGD를 “정신의학 진단 체계에서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GD는 전혀 다른 종류의 슬픔이라기보다, 사람이 비탄 상태에 ‘갇힌’ 것에 가깝다”며 “비탄은 숨진 이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으로 특징지어진다”고 덧붙였다.

PGD는 비교적 최근에 공식 진단으로 분류된 만큼,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의 fMRI 연구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해, 시간이 지나면서 뇌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은 왜 일부는 그 상태에 머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지속되는 비탄을 실제로 다루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장애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PGD에 적용 가능한 심리치료 기법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해당 상태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단순한 애도 과정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치료법은 이미 있다”며 “하지만 먼저 이들을 찾아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지속성 비탄장애(PGD)는 일반적인 애도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애도는 시간이 지나며 강도가 완화되지만, PGD는 6개월 이상 강한 슬픔과 상실 고통이 지속되고 일상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Q2. 갑작스러운 사별을 겪으면 모두 PGD에 빠지나요?
A. 아닙니다. 외상적·예기치 못한 죽음은 위험 요인이지만, 동일한 상실을 겪어도 개인차가 큽니다.

Q3. 치료 방법은 있나요?
A. 있습니다. 비탄 특화 인지행동치료 등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 존재하지만, 먼저 PGD를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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