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할 일 산더미인데 미루기만 하는 나, 의지력 부족 아닌 '이것' 때문이라고?

뇌가 일 시작하려는 동기를 억제하기 때문

일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미루려고 하는 것은 의지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동기를 억제하려는 뇌의 작용 때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시험 준비를 해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데 시작조차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오늘 안에 마쳐야 하는데도 첫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다. 어렵고 힘든 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빨래와 설거지 같은 일도 내일로 미루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면 목적 있는 행동이나 사고를 수행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인 무의지증(無意志症)에 빠질 수 있다. 무의지증은 우울증, 정신분열증,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에서 흔히 나타난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미루려고 하는 것은 의지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동기를 억제하려는 뇌의 작용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 행동을 시작하고 유지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은 동기이다. 문제는 동기가 종종 혐오스러운 상황에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 및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행동하기 전에 뇌는 해당 과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평가한다. 그 노력이 너무 크다고 느껴지면 동기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뇌가 행동하지 않기로 바뀌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보상 처리와 동기 부여에 중요한 뇌의 영역인 복측선조체와 복측담핵에 초점을 맞췄다. 복측선조체는 복측담핵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이전 연구에서 영장류의 해당 경로를 조작하면 무관심이나 강박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마카크 원숭이들에게 두 가지 유형의 과제를 줬다. 하나는 과제를 완료하면 물을 보상으로 받는 유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상과 함께 얼굴에 불쾌한 바람을 맞는 유형이었다. 각 과제를 하기 전에 원숭이들이 신호를 보고 시작할지 말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아니라, 원숭이들이 첫걸음을 내딛는 것 자체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과제에 보상만 있을 때는 원숭이들이 주저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과제에 불쾌한 바람을 맞는 것이 포함돼 있을 때는 보상에도 불구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후 복측선조체와 복측담핵을 연결하는 특정 뇌 경로를 일시적으로 약화시킨 뒤 같은 과제를 반복하게 했다. 그 결과, 과제에 보상만 주어졌을 때는 이 경로를 억제해도 원숭이들은 정상적으로 과제를 시작했다. 원숭이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었다. 반면 불쾌한 공기 분사가 포함됐을 때는 시작을 억제하는 심리적 요인이 완화돼 원숭이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작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화학유전학적 조작을 통해 복측선조체에서 복측담핵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 불쾌한 과제를 시작하려는 동기가 회복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번아웃이 극심한 현대 사회에서 연구 결과는 동기 부여의 진정한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뇌는 일이 불쾌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행동하려는 의욕을 적극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므로,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기 부여를 억지로 높이려 하기보다는 사회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