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눈을 감았다는 급보에 일본 열도도 추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본 언론들은 앞다퉈 거목의 부고를 긴급히 전했고, 댓글에는 추모의 글들이 이어졌다. 야후재팬 뉴스를 비롯한 기사들에는 다카쿠라 켄(高倉健)을 떠올리며 명복을 비는 댓글이 많았다.
다카쿠라 켄은 7일 국내 재개봉하는 영화 ‘철도원’의 주연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일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공교롭게도 그도 안성기가 앓았던 악성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일 국민배우’ 모두가 이 병에 희생된 셈이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중에서도 악성 림프종에 해당하는 '비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은 뒤 한때 암세포가 사라지는 듯했지만, 추적 관찰 중 병이 재발했다. 이후 투병 생활을 지속하다가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순천향대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끝내 삶의 막을 내렸다.
혈액암은 혈액, 골수, 림프 계통에 생기는 암으로, 그 중 림프종은 림프조직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다 증식하는 암이다. 림프종은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에 속하며 혈액암 중에선 발병률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2024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발생 악성 림프종은 총 6447건(2022년 기준)으로, 전체 암 발생의 2.3%를 차지했다.
국내외 유명인의 목숨 앗아간 악성 림프종
림프종은 조직의 형태에 따라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뉜다. 안성기가 앓았던 '비호지킨 림프종'은 림프종 환자의 90% 이상이 걸리는 질환이다. 신규 발생 건수가 전세계적으로 연간 5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축에 속한다.
림프종으로 생을 마감한 국내외 유명인들도 여럿이다. 해외에선 다카쿠라 켄이 이 병으로 투병하다 2014년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 외에도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시즌 1의 주연이었던 영국 배우 앤디 위필드, 국내에서는 “참 쉽죠?”로 잘 알려진 미국 화가 밥 로스도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국내에선 안성기 배우에 이어 지난해 11월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5' 출연자였던 모델 김성찬, 2021년 5월 뷰티 크리에이터 유튜버 새벽(본명 이정주)이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림프종, 더 이상 희귀암 아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리면 목과 겨드랑이 밑,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이 붓고 야간 식은땀,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호지킨 림프종도 비호지킨 림프종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비호지킨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아형 종류와 그에 따른 예후도 다양해 예방과 치료가 쉽지 않은 병으로 분류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편이며, 호지킨 림프종은 20~30대 초반,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림프종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려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식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림프종은) 유전질환, 자가면역질환, HIV 감염이나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면역결핍, 특정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 등이 림프종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림프종은 증상 발현 양상이 다양해 자가 진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림프절이 커진 상태가 지속되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발열, 발한이 계속되면 림프종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림프종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림프절 전체를 절제해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편 안성기는 지난 2021년 10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고인은 림프종 재발 이후 자택 인근에 있는 순천향대병원과 함께 그의 주치의였던 조석구 혈액내과 교수가 있는 서울성모병원도 종종 내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