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유수유 자세가 나빠 생긴 것으로 여겼던 어깨 통증이 폐암 4기 진단으로 이어진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밀턴케인스에 거주하는 지니 해리슨(44)은 출산 직후부터 지속된 어깨 통증을 단순한 근육 문제로 넘겼다가, 진단까지 10개월을 보낸 끝에 이미 전이가 진행된 폐암임을 알게 됐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해리슨은 2021년 초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어깨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기를 안고 수유하는 과정에서 생긴 근육통이라 생각했고, 담당 의사 역시 출산 후 자세 문제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으로 판단해 진통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몇 주 내 나아질 거라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심해졌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진료가 전화 상담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실제로 의사를 만나볼 기회조차 없이 “아기를 계속 안고 있어 어깨를 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을 반복해서 들었다. 결국 9개월 뒤 그는 개인 병원을 받아 대면 진료를 받았다.
전이된 폐암 4기 진단, 어깨 통증이 유일한 증상
의사는 즉시 정밀 검사를 권했다. MRI 검사 결과, 폐 오른쪽 상부와 어깨뼈 부위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진단은 폐암 4기였다. 폐에서 시작된 암이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된 상태였다.
해리슨은 흡연 경험이 없고 평소에도 비교적 건강한 생활을 해왔다. 숨 가쁨이나 기침 등 폐암을 의심할 만한 전형적인 증상도 전혀 없었다. 그가 경험한 유일한 이상 신호는 점점 악화되는 어깨 통증뿐이었다.
유전자 변이 발견, 여성에서 흔하고 흡연과도 무관하게 발생 가능
의료진은 그가 EGFR 엑손 20 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이라는 드문 유형의 폐암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변이가 생기면 세포 증식이 통제되지 않아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흡연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과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4기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해리슨은 종양이 비교적 국소적인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했고, 치료에 반응하면서 현재 영상 검사상 확인되는 종양은 없는 상태다. 다만, 의료진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치료를 병행하며 직장에도 복귀했다.
“폐암, 흡연자만의 병 아니다”
해리슨은 최근 더선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폐암은 흡연자만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흡연자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여성과 55세 미만 연령층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는 “이유 없는 통증이 지속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흔한 폐암…초기 증상 뚜렷하지 않아 더 위험
국내 상황을 봐도 폐암은 드문 질환이 아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새로 발생한 암 가운데 폐암은 전체 암의 11.5%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남성 암 중에서는 1위였다.
폐암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기침이나 피로감처럼 특별한 증상이 아니라 조기 발견이 어렵다. 실제로 진단 당시 이미 병기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재발이나 전이도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다. 병이 진행되면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흉통, 반복되는 폐렴이나 기관지염, 기침 시 혈담, 숨 가쁨, 극심한 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흡연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지만, 전부는 아냐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여전히 흡연이며, 금연은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모든 폐암이 흡연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간접흡연, 미세먼지, 라돈이나 석면 등 직업적·환경적 노출, 그리고 특정 유전자 변이 역시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비흡연자 폐암은 조기 발견이 더 어려운 만큼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진단을 늦출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폐암 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2019년 7월부터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하는 국가폐암검진이 도입됐다. 대상은 54세에서 74세 사이이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이다. 갑년은 하루 흡연령과 흡연 기간을 곱해 산출한다.
해리슨은 이미 폐암 진단을 받은 이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으면 모두 끝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치료 옵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희망의 사례를 찾아보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라”고 덧붙였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어깨 통증만으로도 폐암일 수 있나요?
A. 드물지만 가능하다. 폐 상부에 발생한 종양이나 주변 신경을 자극하는 경우 어깨·등 통증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통증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Q2.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걸릴 수 있나요?
A. 그렇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지만, 비흡연자에서도 폐암이 발생한다. 간접흡연, 미세먼지, 라돈·석면 노출, 그리고 EGFR 같은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 될 수 있다.
Q3. 국내에서 폐암 검진은 누구에게 권고되나요?
A. 저위험군(비흡연자 등)에게는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 다만 2019년부터 만 54~74세이며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은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로 국가폐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